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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흉터

지난 주 월요일 오전 06시 10분, 15혼비 감찰실 문서에 따르면
모 부대 간부가 자전거를 타다가 자전거 핸들과 바퀴가 분리되어
낙상한 후 지나가던 조종사 출동차를 잡아 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모 부대 간부는 웃으면서 시종일관 이등병에게 농담을 걸었지만
군의관은 피가 철철 흐르는 턱을 보며 상처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조금 겁먹은 모 부대 간부는 결국 외출증을 끊고
성형외과로 가서 상한 피부를 잘라내고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모 부대 간부도, 군의관도, 성형외과 의사도 피가 철철 흐르는
길고 깊게 파인 턱의 상처만을 유심히 살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니 흉이 크게 진 곳은 턱이 아니라
넘어지며 긁힌 팔이다.
턱의 상처는 봉합되어 아물어 가는데
붉게 흉이 진 팔이 눈에 참 쉽게 띈다.

사람의 기억 또한.
당장 아프고 쓰라린 삶의 자상들에 호들갑을 떨곤하는데
막상 지나고 보면 아픈 곳은 다른 곳이다.
오래도록 남아 엉뚱한 순간마다 내 마음을 찌르고
후회와 미움을, 사랑과 증오를 반복하여 밀어올리는
기억은 내 감정이 가장 크게 다쳤던 그 순간의 그것이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더욱 슬픈 것은
하나의 흉터를 잘 가려내기 위해선
더 큰 흉터를 내는 수밖에 없다는 진부한 진리.

Giverny

다행이다

200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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