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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마침내

나는 아주 먼 곳으로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얼굴들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정말로 돌아갈 수 없음을 믿게 되었다.

산과 사막 그리고 바다를 몇 차례나 건너 지친 몸이 마침내
쉴 곳을 찾아내었을 때, 아니 내 마음이 드디어 멈춰도 좋다고
엄정히 선언했을 때 나는 눈 앞에 놓인 마을로 터벅터벅 걸어들어갔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에는 내가 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 아버지가 물을 긷고 있었고, 내 어머니가 채소를 팔고 있었고,
내 가장 소중했던 친구가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술을 파는 사람, 그와 함께 유쾌하게 떠들며 잔을 부딪치는 사람들,
벽돌을 나르는 사람들, 검을 드는 사람들 심지어는 길을 걷는
사람들 하나하나의 얼굴이 내가 아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나는 모든 이들로부터 떠나왔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이 마을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순간이 찾아와야 내가 떠나온 목적이 이뤄질 것임을,
그 사람이야 말로 내가 만나고자 했던 사람임을 알았다.

오랜 탐색, 의심, 회의 속에서 나는 방황했다.
그 어디를 봐도 내가 아는 얼굴들이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스쳐지나갔다 생각했을 때에도
그 뒤에 나타난 사람은 언젠가 어디선가 내가 만났던 사람이었다.

나의 영혼의 여정이 헛된 것이었음을
내가 왔던 길이 돌아갈 수 없는 것이란 사실에 절망할 때쯤,
삶에 대해 더이상 그 무엇도 말하고 싶지 않을만큼 지쳤을 때,
그때 나는 마침내 찾아냈다.
단 한 사람, 내가 결코 모르는 그 사람을,
내가 오랜 시간 찾아 헤매었던 그 사람을.
바쁘게 길을 걷던, 애타게 찾아헤매던 그를 쫓아 달려가 어깨를 붙잡았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마침내 내가 찾아낸 것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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