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78 　2/20

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ever again

우리는 시작한 적이 없는데 언제나 끝을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미쳐 죽었고, 누군가는 행복했으며
또 누군가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각기 같은 끝을 향했는데 언제나 서로 다른 곳에 있었다.
가끔 시간이 멈추던 그 때에만 모두가 함께였는데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기억하지 못했다.
모두가 멈추어 서면 나는 그들 사이를 유유히 걷고는 했다.
그 무엇도 진동하지 않는 완전한 평화.
나는 그 평화 속에서 홀로 폭죽을 쏘아 올렸다.
떨어지는 마지막 불꽃에 담배불을 붙이고는 길게 한모금을 빨면
그들은 다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걷기 시작했고
나는 다음 순간을 또 기다렸다.

그래, 나는 기다렸다.
마음이 서걱이고, 시간이 춤을 추고,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이
아쉬워 길게 숨을 들이마실 때도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나조차도 정지해버린 그 영원, 그 영원마저도 나는 기억한다.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저 별들은 마치 가까이 있는 양
내게 거짓을 속삭였고, 태양은 마치 자신만이 전부라는 듯 타올랐고,
바람은 멈추어 자신의 몸을 숨기었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믿었다.

그래, 나는 믿었다.
시간도, 기억도, 영원도, 내가 믿고 있다는 것도.
그리고 또 모든 것을.


264	공포 [2]	Giverny	2006/12/21	534

263	꿈 [4]	Giverny	2006/12/09	534

262	적색편이	Giverny	2007/02/20	532

261	주소 나왔어요 [1]	Giverny	2007/09/17	531

260	다시 쓰기 혹은 다시 읽기 # 2 [4]	Giverny	2008/10/14	522

259	comme il pleut sur la ville [3]	Giverny	2007/03/04	522

258	크리스마스 [1]	Giverny	2006/12/25	522

257	화목한 가정에 필요한 모든 것 [4]	Giverny	2007/04/12	513

256	today [3]	Giverny	2006/12/06	513

255	2006	Giverny	2006/12/31	505

	ever again	Giverny	2006/12/03	505

253	호타루의 빛	Giverny	2008/11/14	504

252	동은석	Giverny	2009/01/31	500

251	해치와 선녀	Giverny	2011/12/15	499

[1] 2 [3][4][5][6][7][8][9][10]..[2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