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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아직도 하늘을 걷고 있어요?"
"어떤 것 같은데요?"
"글쎄요. 난 모르니까, 하늘을 걷는다는 것이 어떤 건지."
"그럼 이렇게 해봐요. 날씨가 좋은 날, 구름이 하늘을 살짝
덮어 하늘빛과 하얀 빛이 그렇게 뒤섞인 그런 날 하늘을 봐요.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쓸쓸한 기분이 드는 거야.
기분이 한껏 좋으면서도 허전하고 쓸쓸한 기분.
그리고 불안하기도 한 그런 기분.
언젠가 그런 경험을 하면 내게 말해줘요. 그러면 나도 말해 줄게요."
"응. 그렇지만 지금 궁금한 걸요. 그리고 쓸쓸해질 거 같지 않아,
앞으로는."
"그래요, 그런 기분 들게 하고싶지 않으니까 지금 말해 줄게요.
그렇지만 말을 하고 나면 나는 조금 그런 기분이 들지도 몰라.
그러니까 말이 끝나고 내가 조금은 표정이 좋지 않더라도
이해해줘요."
"응 그럴게요."
5년 반 전이었어요. 나는 말 그대로 하늘을 걷게 되었던 거야.
그렇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신나거나 행복한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하늘을 걷는다는 건 언제나 두려운 거야.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하게 되거든요. 나에게는 원래 날개가 없으니까 언제 내가
떨어져도 이상한 게 아니죠. 그리고 날개가 있었다 해도 나는
원래 모든 일을 불안해 하는 성격이니 그랬을 거예요. 그건 알고 있죠?
당신과 나 사이에 놓여 있는 작은 우연들 중 우리가 첫번째 이야기했던
그 우연을 이제 이야기 할 거예요. 나에게는 그것이 처음이었고
당신에게는 그것이 마지막이었지만 이제 내게는 지나간 시간,
지나간 기억일 뿐이니까 화내지 말고, 삐치지 말고 들어주길 바라요.
나는 그때 참으로 즐거웠어요. 대학에 갓 들어와서 모든 것이 달라졌고
나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참 많았어. 나에게는 형도 없고 누나도 없고
고등학교 때도 딱히 써클 같은 거 하지 않았으니까 언제나 나는
스스로에게 형이 될 것을 누나가 될 것을 요구해왔었는데
선배들이 참 많아서 기뻤어요. 그래서 나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바라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때 누군가 나를 하늘로 밀어 올렸어요.
내 손조차 잡지 않고, 자신은 함께 오르지 않고, 나만 홀로 저 높이.
그렇게 나는 올라 갔어요. 내가 하늘을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후였어요. 언제 어떻게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나는 이미 하늘을 걷고 있었어요.
나는 행복했고 또 불안했던 거야. 무책임하게 나를 하늘 위를
걷게 해놓고는 그 위에서 손잡아 주지 않아서 슬펐던 거야. 그래서
나는 글을 썼어요. 그게 나의 첫 글. 손을 잡아 달라고, 나는 행복한
만큼 너무나 불안하고 두렵다고 투정을 잔뜩 부렸던 글.
살짝 웃다가 내 마음을 알아차려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썼던 글.
물론 그 사람은 그 글을 좋아 했어요.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던
말은 하나도 듣지 않은 채.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것으로 끝.
"응. 어떤 글을 말하는 건지 알 거 같아요."
"내가 하루키 흉내를 냈다고 우기던 그 글. 다들 아니라고 했지만
그때까지 나는 하루키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그 아이는 하루키를
좋아했으니까. 지금도 비슷한 느낌으로 썼다고 믿고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아무튼 그 아이는 내 말은 들었지만
내 글은 읽었지만 내 마음은 듣지도 않았고 읽지도 못했어."
"아아, 조금은 질투나네.아주 조금."
"걱정하지 말아요. 이미 오래된 일이야. 그리고 스스로 우스워져
그저 기억의 단편, 단지 내가 유치한 글들을 쓰기 시작한 이유로만
남은 그런 이야기니까."
"응, 알아요. 그냥 농담이야."
그 글에서 말하던 사람이 여자였단 거 기억해요? 그건 내 목소리인 동시에
그 아이의 목소리였어요. 글 속의 여자가 글의 남자를 이해할 수 없어
쓸쓸했던 만큼 그 아이도 쓸쓸해 해주기를 나는 바랐던 거예요.
물론 정말로 쓸쓸하기를 바란 건 아니야.
우리 둘 모두 그러지 않기 위해 나를 이해해보라고,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런 기분들이
녹아 있는 거라고, 그렇지만 그런 기분들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말하고 싶었던 거죠. 응, 그때는 그랬어요.
그 글을 읽고 기뻐하던 그 아이, 마음에 든다며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도록 자랑까지 하던 그 아이를 보며 나는 조금은 슬펐어요.
나는 그 글을 쓸쓸한 기분으로 썼으니까. 하늘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아서,
저 하늘 위에서 손을 잡고 걷고 싶어서 쓴 글이니까.
결국 손을 잡지 못하고 그 아이는 나를 떠나갔어요.
그렇지만 나는 계속 혼자 하늘을 걷게 되었어요. 바로 얼마 전까지.
"얼마 전까지?"
"응, 얼마 전까지."
"응."
나는 내려오고 싶지 않았으니까 계속 그렇게 걸었어요.
가끔은 울기도 했어.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서 위험한 걸음을
옮겨야 하는 건지, 내가 내딛는 방향으로 계속 가도 괜찮은 건지
나는 아무 것도 몰랐고 가끔은 무섭고 가끔은 두려워 그냥
내려가고 싶었어. 그렇지만 내려가는 방법도 알지 못했어요.
가끔은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기도 했고 가끔은 내가 손을 뻗기도
했지만 결코 손이 닿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내가 걷던 그 하늘 위로
올라오려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날 알게 되었던 거야,
나는 혼자 계속 걷게 되는 것보다도 내려가는 것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결코 그 누구도 함께 하늘을 걸을 수는 없다는 걸.
"그럼 내려온 거네요?"
"멋대로 끼어들지 마요."
"흥."
"흥."
그렇지만 그냥 알게 된 건 아니에요. 나는 언제나처럼 하늘을 걷고 있었어.
이제는 그냥 혼자 유유히 걷는 것에 익숙해져서, 어느 구름이 걷기 편한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만큼 모든 것이 편해져서 마음 편히 그렇게
걷고 있었죠. 근데 어느날, 그러니까 얼마 전
"얼마 전이면 내 얘기하는 거네?"
"글쎄요. 과연 그럴까?"
"쳇, 아무튼 계속 이야기해 봐요."
다시 얼마 전, 나는 아주 재미난 경험을 했어요. 어떤 아가씨가
귀여운 말투로 정말 웃기는 말을 한 거야. 깔깔대고 웃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며칠이 지난 후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너무 귀엽고 재밌어서 자꾸 생각이 나는 그런 말, 그런 말투로.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나는 계속 그 생각만을 했어요.
"잠깐, 왜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는 거지?"
"어떤 식으로 내려왔든 간에 내 마음이에요.
그리고 그때 정말로 비행기를 타고 있었단 말야."
"응, 그러니까 어쨌든 나네."
"네, 그래요."
이제 이 재미없고 어이없는 이야기를 마치기는 해야할텐데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렇게 하늘 위에서
혼자 터벅터벅 걷는 것을 그치고 내려왔어요. 처음부터 내가
내려오면 됐던 거야. 내려올 줄 몰랐던 게 아니라 내려가고 싶지
않았던 거야. 처음부터 내려오지 않으면 안 됐던 거고.
땅 위로 사뿐히 구르는 기분좋은 비행기 바퀴 소리가 끝나자마자
나는 서둘러 내려 달려가 손을 잡았어요.
"내 손..."
"응."
오늘 집에 오던 길에 5년 반 전 내가 처음 썼던 글의 남자를
이제 그만 걷게 해야겠다고, 이제는 내려오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 내려오지 못하고
오늘도 불안불안 걸음을 옮겼지만 나도 이제 내려갈 거야.
그러니까 손. 작고 따뜻한 그 손 이리 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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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관하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