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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돌아보기

잊고 있었던 것들 중 정말 놀라운 것은
내가 무려 경제학부를 졸업했다는 것과
(나 자신도 잊고 있어서 장교 지원할 때는 경력 란에 쓰지도 않았더라는 ㅡㅅㅡ)
문학을 (주)전공했지만 대학 입학 전까지는 문학을 증오했다는 사실.
그러니까 내가 읽은 문학 작품들은 거의가 대학교 1학년 때 이후라는 것.

그리고 감정이 아무리 불안정한 와중에도

누가 나한테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면
'네, 물론이죠. 한 다섯명 쯤 될걸요'하고 대답해 줄테다..

라고 적을만한 유머감각이 있었다는 것.
기억난다 언젠가 유머,관용,배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것이.
차지연과 임정희가 헛소리같은 리플들을 적은 것도.

"아름다운 이여!, 나의 메시아!, 나의 여신!, 나의 공주!
대체 나는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좋을까요?"
"어떻게 부르셔도 좋아요. 밀린 방세만 지금 주신다면."
-<기적을 바라는 마음>의 일부 혹은 전체

이 정도의 유머 감각도 있었구나.
예전의 나는 현실세계로 유배된 이상주의자였지만
지금은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정신나간 이상주의자에 불과함을 알 것 같다.
유머 감각이든 몽상이든 감정의 파편이든 모든 것이
현실의 범주와 나약해진 이성, 껍데기만 남은 감정들 속에서
색이 바래 참 유치해진 것 같다.

보들레르는 자기 자신을 전혀 잊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본다.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보기 위하여 바라본다.
그가 응시하는 것은 나무나 집에 대한 그의 의식이다.
그리고 사물들은 그에게 의식을 거쳐서만 나타난다.
<보들레르론>, 사르트르

예전의 나는 사르트르가 말한 보들레르의 시선을 견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나 자신을 완전히 망각하고
자신을 전혀 바라보지 않는다. 내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이 자꾸
유치해지고, 내 감정들이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분명해지며,
이성과 감정이 대립하는 대신 언제나 한쪽이 쉽게 승리하고
또 그 승부가 뒤집히기를 반복하는 것은 그런 까닭인가 보다.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변하기 시작한 건지,어느 시점의 나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건지 생각해봐야겠다. 천천히. 너무 늦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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