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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장애인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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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할아버지가 내가 앉아있는 칸으로 건너오신다.
양쪽 무릎 아래가 절단된 듯. 무릎쯤에 운동화를 신고 계신데
그 운동화는 코가 뒤통수방향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통 사람은 얼굴이 있는 즉, 앞방향으로 운동화 긴 쪽이 나와있지 않은가 근데 이 할아버지는 운동화를 꺼꾸로 신으셨는데 그게 좌우가 바뀐게 아니라 앞뒤가 바꼈다.
그렇게 거꾸로 신고 무릎으로 걸어 다니신다.
무슨 무궁화 모양 뺏지인지 머리핀인지를 한봉지 들고 들어오시면서
안녕하십니까 저희 장애인들이 이 무궁화 무궁화 핀을 만들었습니다. 무궁화, 우리나라 꽃입니다. 천원입니다. 이 무궁화 핀은 시중에서 절대 안팝니다. 왜 안파냐구요? 안 팔리니까 안팔지요. 잘 팔리면 자꾸 만들고 또 팔고 또팔고 그럽니다 근데 이건 안 팔려요. 시중에서 절대 구할 수가 없습니다. 이게 예쁘냐구요? 당연히 안 예쁘죠. 예쁘면 너도나도 다 만들어 비싸게 팔지 왜 안팔립니까. 이 무궁화 핀이 녹슬거나 변하진 않냐구요? 당연히 변하지요. 아 악세사리가 당연히 변하지 어떻게 안변합니까 다 변하지요... 무궁화, 대~한민국 우리나라 꽃입니다. 자 천원입니다 천원. 이거 시중에서 안 팝니다. 왜 안파냐구요 아 안팔리니까 안 팔지요. 잘 팔리면 시중에서 너도나도 팔지....
내가 본걸로 그 할아버지 그 칸에서 한 다섯개 팔아가셧따.
지하철 정말 많이 타고 다니는데. 그런분들 자주 만난다. 어떤 할아버지는 '우리 할머니가 수술을 했는데 수술비만 이백 입원비까지 팔백.. 백원만이라도 보태주세요' 어쩌구 하시면서 백만번이고 뛰어다니시고.(희수오빠는 저 대사를 다 외우고 있었다) 어떤 할아버지는 멀쩡한 양복은 입긴 입으셨는데 엉덩이로 기어다니시면서 아무나 무릎을 붙잡고 과자봉지를 내미시고. 거의 언제나 나는 모르는 척 했다. 언젠지 아주 어릴 적에 울엄마가 말하시길 저런 사람들한테 자꾸 줘버릇 하면 저 사람들이 자립할 기회를 뺏는 거니까 오히려 더 안 좋은 거라고. 엄마는 무슨 생각으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나한테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쨋뜬 어릴때 가정교육이란 흔히 말하는게 틀리지 않듯 영향력이 지대한 지라 나는 그말 때문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닌데, 하여튼 그런 사람들한테 뭐 백원이라도 준적이 한두번은 있었나.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볼때마다 그때 그 엄마의 말이 아무 의미없이 괜히 한번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그 사람들의 이미지란, 뭐 누구나 그렇겠지만 약간 불쌍하게 와서 (불쌍하게 오지만 나한테는 무섭기까지한.. 아, 무섭다고 말하는 차지연 경멸스러워) 사달라고 또는 돈 좀 달라고 구걸 내지는 애원하는. 다 그만한 가치, 존중받을 인권을 가진 사람들인데 왜 그사람은 구걸하고 나는 모르는 척 외면하고 거절할 권리가 어디에 잇떤가. 도대체 나는 뭐 어디가 잘났따고 어디가 정상이라고 '그런 사람들' 하고 나는 마치 전혀 다른 사람인양 건방지게 분류할 수 있떤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그 할아버지의 운동화까지만 보고 조금 맘아파 하다가 눈을 감아버렸었다. 그러다가 그 할아버지가 치는 대사에 피식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눈을 떴었다. 무궁화 뺏지를 파는 할아버지의 상품 피알은 대단히 시니컬하고 자조적, 당당했다. 존경스럽기까지 햇따 라고 하면 남들이 장난이라고 받아들일까. 결국 하나를 사드리진 못했다 살 마음이 조금 동했을 땐 이미 저쪽으로 가버리셨다(핑계다).
그게 신촌에 가는 길이었는데. 신촌에서 친구들을 만나 방금 본 그 할아버지 얘기를 했다. 애들은 웃었다. 나도 웃었다, 솔직히 좀 웃기는 얘기였다. 한 친구가 '구걸 하는 것보다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더 많이 팔 수 있었겠다..' 맞는 얘기였다. 나도 그런거 살마음이 든건 그 할아버지의 그 멋진 광고 덕분이었으니까. 그런데 그순간 그 친구에게 내가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어졋었다, 물론 안했다 그냥 같이 웃고 말았다. 그러게 커뮤니케이션은 불통이었던가 으아악 이게 아니라.
하여튼, 그 할아버지. 그 할머니 또는 그 아저씨 그 꼬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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