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기분좋은 일들만을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차게 일렁이는 파도를 타듯 나의 마음은 오락가락한다.
집에 오니까 그냥 모든 게 좋다.
그러다가 이제 내일 다시 서울로 가야한다는 사실에 울적해졌다.
이제 모든 것에 화가 난다.
지금은... 내가 가장 행복해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안그런가? 우리는 20살, 21살! 신나는 일들만 생각해도 부족할 때가 아닌가.
세상엔 좋은 일들이 넘치게 많을텐데...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내게 펼쳐질 온갖 모험들에 가슴 설레어 했던...
제법 감상적인 소녀였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들판이 우리 집 근처에 있었다. '나의 들판'이라며 상상 속에서 얼마나 아꼈었는지...*^^*
들판에서 싹이 자라듯 나의 감성도 자랐다. 혼자서 들판을 바라보며 산책을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물론 쓸쓸하기도 했다. 나는 그런 쓸쓸함을 즐겼던 것 같다.. 모순적이게도..
늘 과거를, 미래를 그리며 산다. 어렴풋한 환상만 난무할 뿐이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바보'라고 하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바보'라는 말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몽상이 나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라면 어쩌겠는가.
의무때문에 산다는 것은 참 곤욕스러운 일이다. 잘 견뎌나가는 이들이 부럽고 신기하다.
내가 사랑했던 들판이 이제는 시멘트로 덮여 버렸듯이 나의 꿈도 누군가 빼앗아가 버릴까 두렵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가끔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느 땐 나를 따돌리는 거대한 무리같단 생각에 너무나 무서워진다.
초연해질 수 있다면.
나를 부여잡는 모든 미련 앞에서.
강하게 끌어 당기는 이 '집'이라는 공간도 쉽게 뿌리치고 나올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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