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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현우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선물

소년은 휘파람을 불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휘파람을 불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런 기분으로 금방이라도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질 듯한
걸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기분 좋게 옮겼습니다.
길을 가다가 온 몸이 다 비춰지는 한 상점의 유리벽 앞에서
소년은 옷매무새를 고쳐봅니다. 조금만 더 잘 생겼더라면
그 아이도 나를 벌써 좋아하고 있었을텐데 생각하고
조금은 혼자 토라져 툴툴거리며 걸음을 다시 옮깁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다시 웃고 있습니다.
소년은 드라마도 보지 않고 연애소설도 좋아하지 않고
멜로영화는 더더욱 싫어하는데요. 어느덧 그의 머리 속에는
누구나 듣고는 당장이라도 웃어버릴 것만 같은 유치한
말들이 잔뜩 떠오르고 있답니다.
'내가 지켜줄게 !' 소년은 자신이 그런 유치한 문장을 생각해냈다는
사실에 놀라서 혼자 정신없이 웃으며 걸음을 더 빨리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소년의 입가에 맴도는 말이 있었습니다.
조금 유치하다고 스스로도 생각했지만 소년은 그 말이
왠지 좋았습니다.
'나에게 기대. 나에게 기대해줘. 그만큼 강해질게.'
유치해도 그 말이 마냥 좋았습니다.
정말 얼만큼이라도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소년은 무엇을 하러 가던 중이었냐구요?
소년은 소녀의 선물을 사러가는 중이었습니다.
소녀는 소년이 자신을 사랑하는 줄 모릅니다.
그래도 소년은 마냥 행복합니다.
소년의 마음 속에 '언젠가는'이란 단어는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소녀의 손을 꼭 잡고 걷고 싶다는 그런 생각도
결코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까지나'가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소녀가 행복하기를 바랬을 뿐이었습니다.

언제까지나...
* Givern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20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