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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추운 날

살아가고 또 살아가면 아는 것이 많아질 것만 같았는데
모르는 것만 자꾸 늘어간다. 삶이 쉬워지고 또 쉬워지면
힘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더 많은 것이 버거워진다.

오랫동안 미뤄오고 도망쳐왔던 그 모든 것들을 모두 껴안지
않으면 안 되고, 밀린 빚에 생각지도 못했던 이자까지 듬뿍
얹어 하루하루 갚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한 번 쉬워진 이후로는 모든 것이 쉬워지고
잊었던 빚을 생각해내면 그 이자까지 함께 따라온다.
계속 몰랐더라면 계속 몰랐던 척 했더라면 아예 갚지
않아도 괜찮았을 그 빚은 눈덩이 처럼 커져 내 삶을 잠식한다.
마치 한 번 살아가기 시작한 이상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 모든 것에는 시작만이 존재하고 끝은 없다.
아니, 끝은 있으나 그 끝이 언제 어디에 놓여있는지 나는 모르며
그것을 내가 정하는 것도 아니요, 살아가는 내내 그저 잊을 뿐,
없기 만을 바랄 뿐이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없다고 우겨볼 따름이다.

일주일 만에 피운 담배에 어지러운 머리와
움직이기도 버거운 한쪽 손목과 오랜만에 시큼 거리는 한쪽 무릎,
그리고 하루에 열네 알씩 먹어야 하는 알약 만이 내 삶의 증거.
내가 아름답다 믿었고 언제나 그려왔던 것은 내 삶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추악한 것 만을 사랑해 왔다.
나는 그런 것들을 증오하고 저주한다 말하고는 열망하고 또 열망해
왔으며 바라고 또 바랐다.

La vie n'est ni belle ni laide
Je ne suis ni fort ni fragile

그런데도 왜
나는 왜 이토록 추악한가, 내 삶은 왜 이토록 추악한가.
오늘 하루는, 아니 요즘 하루하루는 너무도 버겁다.
쉬고 싶어. 너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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