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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다시 쓰기 혹은 다시 읽기 # 3

연애가 끝나고 드는 생각은 언제나 같은 것 같다.
나는 사랑받지 못했고, 이해받지 못했으며
언제나 상대의 거대한 자아 덕에 나는 혼자 사랑한 느낌이었다는 것.
상대는 언제나 자신을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만
그러면서 나란 사람을 조금도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으며
어쩌면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사랑은 서로를 이해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상대의 이해의 틀 안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이 등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변함없는 나의 결론.
내가 사랑받았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매번 그 과정이 상대에게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순환논리로 빠지고픈 마음은 없다.)
예전에는 그 사실에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은 그저 무덤덤.
혹자는 내가 이상적인 것이라 말하지만 나는 원래 이상주의자였고
지금도 이상주의자며 덕분에 나는 현실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는 이상주의자인 나에 대해 아무런 이해도 없다.
비극일까?
몰라, 나는 자신을 굳게 지키는 연애는 사랑이라 부를 가치가 없으며
가끔은 기억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조차 든다.
슬프지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과거는 단 하나도 없다.
비극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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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네가 날 사랑하는만큼만 너를 사랑한다

라고 말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언젠가 그런 나를 누군가 책망한다면

  네가 늦은 거야, 내 탓이 아니야

라고 대답해 주리라.
친구와 친구의 여자친구 사진들을 가끔 훔쳐본다.
일년 넘게 연락도 없는 녀석은 여전히 잘 지내는 듯.
녀석의 여자친구가 예쁘고 늘씬해서 부럽기보다는
둘이 찍은 사진들을 자랑스레 올리고는 어여쁜 멘트들을
남기는 것이 좋아 보여서 부럽달까.

  누구누구 여자친구로 불리고 싶지 않아. 나는 나야

따위의 말을 하는 여자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분명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가끔 멋지기도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나 자신이 혼자임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그런 사람들은 내게 힘을 주고, 나와 함께 갈리 없다.
나는 누군가를 만나면 언제나 그 사람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상대가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힘을 낸다.
언제나 연애 운운하는 것은 내가 살아갈 의지를 얻는 것이 그런 경우에
한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기억들은 그런 면에서

  내 삶은 완전한 실패의 연속이었어

라고 말한다. 언제나 타인만을 마주하고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삶 가득 내가 있음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건대, 누군가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설령 자신이 상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그 힘은 어떤 오만함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스스로 믿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랑스럽게
사랑스럽게 기억되지 못해서 슬프기보다는
자랑스럽게
사랑스럽게 기억할 수 있는 사람  하나 없어 슬픈 것이다.

'우리'란 말은 결코 '나'와 '나'의 조합이 아니라 '너'와 '너'의 조합이다.
내가 '나'의 자리에 '너'를 놓고, 네가 '너'의 자리에 '나'를 놓는 것이
'우리'이다. 그래서 둘 중 어느 누구에게도 언제나 '나'와 '네'가 하나씩
존재하는 그것이 '우리'이다.
그렇지만 나는 한번도 '우리'라고 느낀 기억이 없다.

  나는 단 한 번도 사랑받은 적 없다

고 또 말하게 된다.
물론 내가 좋아할 수 없었던 누군가 나를 많이 좋아해 주었던 기억은 있지만......

내가 바란 것은 누군가와 같은 꿈을 꾸는 것, 그것 뿐.
그러나 나는 이제 믿음을 잃었다.

친구와 친구 여자친구의 사진들을 보며 길게 써 본 넋두리.

200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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