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278 　10/20

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easy world

대대에서 여자친구 편지 공모를 해서 포상을 주기로 했는데
의외로 수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여자친구 없는 병사들의 상실감은 의외로 작은 반면
여자친구 있는 병사들이 여자친구에게 편지를 부탁하다가
곪은 부분이 터져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몇 건 발생.

부대 안에 매인 몸이라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것이 답답할 것이다.
그리고 자유 속에서 곪디곪았던 그녀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미운 마음이 든다.
어찌할 도리 없는 그 잔인한 속박을 그녀들이 어찌 알까...
신상기록부 첫 장에 멋부린 사진 속 모습은 잊어버린 채
짧은 머리를 더 짧게 자르라는 나의 한마디에 머리를 잘라야 하는,
내가 이렇게 한숨쉬고 있는 동안 불을 끄고 잠들어야 하는,
주머니 속 핸드폰 대신 몇 개 안 되는 공중전화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맛있는 것을 고를 권리는 커녕 끼니를 거를 권리조차 없는,
그렇지만그래서그럼에도불구하고 내게는 너무 고맙고 예쁜,
아름답고 잔인한 20대의 긴 2년을 그렇게 보내는 그네들의
마음을 그녀들이 어떻게 알까.

나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이별은 참 싫다.
나를 둘러싼 세상 모든 것이 쉬워져서 자꾸 숨이 막힌다.
이런 세상에서 내 삶은 너의 것처럼 쉽지 않다는 거짓말을 지키기도 참 힘들다.


152	en cherchant des dents	Giverny	2007/03/12	395

151	the problem	Giverny	2009/06/21	393

150	원망 [2]	Giverny	2009/05/25	391

149	for the moment of glory	Giverny	2008/11/16	391

148	keep it	Giverny	2008/12/22	390

147	puzzled	Giverny	2009/03/18	389

146	포옹	Giverny	2008/10/11	388

145	기다리다	Giverny	2008/11/22	387

144	# 9	Giverny	2008/11/17	387

143	알라딘	Giverny	2007/06/28	387

142	행복에 관하여	Giverny	2007/03/14	386

141	잠이 오지 않는 밤	Giverny	2007/06/09	384

140	...니다	Giverny	2009/06/10	383

	easy world	Giverny	2008/10/16	382

[1][2][3][4][5][6][7][8][9] 10 ..[20]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