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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다우너 소의 도축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나라 언론이나 대중은 잠잠하다.
정녕 다우너 소 문제가 지난 해 우리나라를 달구었던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미국 소가 광우병에 걸려있을 확률이 있기 때문에 수입을 거부한다고
말했던 사람들은 이제 미국산 소를 먹을까?
물론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여전히 미국산 소를 먹지 않는 것은 그럼에도 위험성이
남아있기 때문인 것일까?
물론 그것도 아닐 것이다.
공권력 위에 서고 국가 수반이 사는 곳까지 가려던 그들이
두려워했던 것이 진정 광우병의 위험성일리 없다.
애초에 거대한 시위의 물결을 이끌었던 것은 뿌리깊게 심어진
'반미'의 정신과 '반보수주의연대'의 의식이다.
문제는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것을 고의로 외면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미국산 소를 수입함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농민',
'반미가 삶의 모토인 격렬분자',
'보수주의의 집권에 위기감을 느낀 진보 진영',
그리고 '독선적인 정부에 분노한 사람들'이 하나로 엉켰을 뿐이다.
그들은 '광우병'이라는 이름 하에 모여 거리로 나섰으나
실상 그들을 이끈 이유는 제각각이다.
그리고 그들이 거리로 나섰을 때 각기 다른 집단의 분노의 이유 또한
그들의 이유가 되어 결국 분노가 집단재생산 되었을 뿐이다.
작년의 속칭 '광우병 파동'은 하나의 사안에 있어 전국민이 관심을 갖고
각자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로 그토록 나라를 흔들만한 사안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그 수많은 사람 중에 정녕 '광우병'을 두려워한 사람은 드물었다.
음식점에서 먹게 되는 원산지 불명의 고기들(혹은 원산지는 적혀 있으나
결코 신용할 수 없는)이 미국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모두들 잠자코 그것을 먹었다.
정말 두려운 것은 사람들이 자신을 본래 움직인 것이 무엇인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군중심리에 휩쓸렸고, 그들을 선동하고자
기회를 노리는 자들은 그 기회를 너무도 잘 이용했으며,
각기 다른 정치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진보라는 경향성 아래
뭉뚱그려졌다는 데에 있다.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이나 군중심리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정치에 있어 경향성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그 경향성이
모든 것을 좌우해서는 안 되며 그 경향성이 군중 속에서 하나의
분노로 융화되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최소한 그 움직임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이 '반미'나 '정부의 권위적
행태에 대한 반발'이었음을 인정했을 때나 그 참여에 의의가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각기 다른 이유로 움직였을 지라도 자기비판적이고,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고, 정녕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였더라면,
최소한 그 안에 군중심리가 배제되고 정녕 자신을 움직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인정할 수만 있었더라도 괜찮았을 것이다.
혹은 분노로 인해 모든 논리가 최초의 주장만을 위해 흘러가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었더라도 의미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행동들이 의미있는 행동이었다 말할 수 있는지
그것이 진정 마땅한 분노(각각의 이유는 타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였는지는
우리 모두가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분노가 모든 것을 정당화시켰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순수했는지, 자신이 입으로 외치던 이유와 내면에
간직하던 이유가 같은 것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정당화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특히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정당화시켜주며 반박을 거부하고,
그 안에서 분노와 논리가 확대재생산되어 자기반성 없이
극단으로 치닫는 움직임, 군중심리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무서운
파동이다.
작년의 숱한 시위들을 민주주의의 모습으로 읽는 사람들도 있으나
내게는 민주의식의 결여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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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zzl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