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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호타루의 빛

나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여전히 비겁하거나 정당한 비난을
쏟아낼 수밖에 없고, 가능성없는 희망에 골몰하기도 하고
여전히 숨쉬는 것이 괴로운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모든 것이 이토록 쉬운 것인지
어째서 다음이 존재해야만 하는 것인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마치 낙엽처럼 떨어지는 내내 바람에 흔들려 다시금 솟고
다시 내려가는 과정 속에 놓여 마침내 땅에 내려질 날만을 기다린다.
땅에 떨어진다 해도 이리저리 쓸려다니다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썩어버린 후에야 겨우 다음의 새싹에 밑거름이 되리라 기대할 수
있겠지말 말이다.

여전히 불안정한 나보다 더 싫은 것은 한동안 불안정한 마음으로
내질렀던 못된 말들과 집착의 모습들. 그보다 더 싫은 것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작은 희망.

실망하는 순간 멀어지는 내 마음을 잡으려 상대를 다그치는 대신
그저 멀어지고 다시 잡는 것은 상대에 맡겨두면 되는 건가 보다.
대체 왜 실망하고 노력하고 마음을 잃는 것조차 나의 몫이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지금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지금의 평화로운 기분은 내가 그 사실을 이제 잘 알기 때문인가 보다.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특히 누구보다 내가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
내게 필요한 잔소리를 해주고 내게 정당한 기대를 걸어주는 사람,
나의 시선을 두렵게 여기고 나의 마음에서 멀어질까 불안해 하는 사람,
자신의 삶과 미래의 모습에 언제나 나의 모습을 함께 담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 자신을 바꾸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그리 하기 위해 나 자신을 무너뜨려도 그것을 쉽게 여기지 않는 사람.

나는 여전히 내가 정당한 것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사랑했었다고 여전히 믿는다.
아무도 내게 그리 해주지 않았었다 해도 나는 계속 그렇게 사랑하고
살아갈테고 내가 결코 행복할 수 없더라도 그것이 옳음을 나는 안다.
다만 내게 없었던 여유와 이해심과 인내심이 생길 때까지
나의 지나친 기대가 가라앉는 그때까지는 혼자라도 좋다.
여전히 남아있는 기다림과 동요가 완전히 멎는 그 순간 이후의
공허함 속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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