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길을 잘 기억한다는 사실은 그들 자신에게 종종 슬픈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유목민들의 풍장 습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부모나 친지가 죽으면 시체를 초원에 버리는데, 그때 새끼 낙타 한 마리를 죽인다. 그것을 본 어미 낙타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새끼가 죽은 자리를 지날 때마다 슬피 운다고 한다. 유목민들은 어미 낙타의 울음소리를 듣고 부모나 친지의 무덤의 위치를 파악한다. 마두금(머린호르) 소리가 어미 낙타의 울음소리와 너무 닮아서 어미를 잃은 새끼 낙타가 마두금 연주를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도 모두 낙타의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생겨났을 것이다.
낙타가 정이 많고 감성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순하고 유약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낙타는 말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고, 더 무거운 짐을 나를 수도 있다. 무게가 1톤씩 나가는 짐승이 껑충거리며 달리는 모습을 보면 혀가 내둘러진다. 유목민들은 이런 낙타의 달리는 방법(주법)을 보면서 인간의 호흡에 맞는 말의 주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조로모리라 불리는 말의 좌우구동 주법이다. 원래 말은 앞발과 뒷발을 번갈아 뛰는 전후구동식으로 달리는데, 낙타 주법 즉 조로모리 주법으로 훈련되면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뛰는 좌우구동식으로 달린다. 그럴 경우 말 위에 탄 사람은 전후구동식보다 훨씬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반동이 적어 마상에서의 자유로운 칼놀림이나 활쏘기가 가능해진다.
낙타는 자신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주인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특히 무서운 것은 낙타의 교미이다. 낙타의 교미는 절대 봐서는 안된다. 낙타는 자신들이 교미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모든 것들을 죽인다고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고 한다. 그러면 양이나 염소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나 소도 낙타의 발에 밟혀서 죽는다고 한다.
출처 : 조선일보 JR의 몽골리포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