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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Giverny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감상]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이 낭만적이고 일견 유치해보이는 제목을 가진 소설은

연애소설이 아니라 추리소설이다.

저자인 우타노 쇼코는 시마다 소지의 추천을 받아 작품을

내놓게 되었다는데 시마다 소지는 <점성술 살인사건>이라는

책의 저자이다. <점성술 살인사건>의 트릭은 김전일에서

제멋대로 베꼈기 때문에 유명한 그 육망성 시체 트릭이다.

<벚꽃...>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이야기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주인공 나루세 마사토라는 경비원이자 컴퓨터 학원 강사이고

가끔 영화 엑스트라 일을 하기도 한다.

단지 탐정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무소 이름은 아케치 탐정 사무소이다.

물론 그 유명한 아케치 코고로를 연상시키는데

이 이야기는 작품 내에도 쓰여 있다)

헬스클럽에서 만난 고등학교 후배가 좋아하는 여인을 위한

일에 착수하게 된다.

그리고 후배와 함께 그 여인의 집에 다녀오던 날

지하철에서 자살을 시도한 한 여인을 구해주게 된다.

이후 서술되는 내용은 다소 엉뚱하다.

사건 전반에 흐르는 건 호라이 클럽이란느 노인을 상대로 한

강매 회사의 범죄에 대한 것인데 그 희생자이자 공모자인

후루야 쎄스코의 이야기와 주인공 나루세 마사토라의 탐정사무소

조수 시절의 이야기가 전지적 작가시점과 일인칭 주인공시점을

오가며 서술된다.

그리고 중반부에서는 구도라는 노인의 딸을 찾아주게 된 이야기도

등장한다.

이쯤되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왜 이런 무관한 이야기들이 잔뜩

나열되는 것인가 미심쩍어 하게 된다.

역량있는 작가란 이러한 무관해 보이는 사실들을 잘 역어낼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우타노 쇼코는 그런 역량면에

있어 너무도 훌륭하다.

줄거리에 대한 더이상의 언급은 이 작품이 주는 즐거움과

작가가 노렸던 바를 감쇄시킬 것이므로 더는 말하지 않겠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추리소설 애호가라

자처하던 나로서도 애매하게 생각되던 서술트릭이란 것이

무엇인지 책의 종반부에 다다르면 명확해진다.

얼마나 터무니없이 작가에 속았는지 확인하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분노라기보다는 즐거움과 놀라움이며

그 즐거움과 놀라움이 잦아드는 순간 진정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던 그런 이야기들이 자동적으로 마음 속에 서술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인데 마지막의 약간의

신파조이며 동시에 설명적인 마무리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어쨌든 트릭이 밝혀지는 순간 나는 당황스러움을 지우려

다시 앞 부분의 여러군데를 펼쳐보며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말로 사실인지 확인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은 작가의 섬세하고 대담한 방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처럼 비교적 간결하다.

하지만 꽤 사실적이고 비장한 면이 있어서 일견 하드보일드 소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역자는 하드보일드 소설과 정통 추리소설의

결합이라고 말하는데 설득력있는 이야기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사실주의적 기법은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데 이 작품은 트릭이 밝혀지면서 그 효과가 배가된다.

그러나 역시 마무리의 아쉬움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전해온 사회상이 마음 속에 확산되기 전에 다소 감동적으로

처리하고싶었던 듯 보이는 마지막 부분은 그 확산을 차단한다.

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호숫가 살인사건>이 정통 추리소설 기법으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감동적 결말을 이끌어냈던 것과

비슷하지만 게이고의 글처럼 놀라운 반전이 제시된 채로 빨리

마무리가된 것과 차이를 보인다.

어쨌든 이 작품은 훌륭하다.

절대로 속을 수 밖에 없는 독자는 그 속임수를 위해

치밀하고 섬세한 글쓰기를 한 작가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작가가 보여준 사회상과 그것을 보여준 방식은

충분히 훌륭하다.

이 책은 무조건적으로 일독을 권한다.

작가가 말하고팠던 것이 감동적이었다면 더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서술기법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마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만 제목과 소설의 내용 사이의 간극은 나뿐이 아니라

다른 독자들도 지적했던 바로서 마지막의 약간 불편한

마무리와 더불어 작가의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