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님 블로그에서.(내 리플도 하나 있다-_-;)
Title.설거지 예찬
필요성을 느끼고 목표를 정하고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가장 명쾌하고 단순한 동선을 제공하는 설거지는 유감스럽게도 개선된 표준어 맞춤법에서 채택한 표준어 중 가장 많이 틀리는 단어이기도 하다. '설겆이'를 '설거지'라고 쓰는 것에 대한 잠재적 거부는 상당한 듯. 어디서나 '설겆이'와 '설거지'의 혼용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설거지의 어원은 '설엊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15세기 국어에서 이 동사는 '수습하다, 정리하다'라는 뜻으로 쓰였다지. 후에 그 뜻에서 '그릇을 씻어 정리한다'라는 국한된 뜻으로 남은 것이다. 고전 국어의 전통이 그대로 내려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됐다면(뭐 지금 바라본다면) 약간 코믹한 대화가 오고갔을지도 모른다.
"자리 좀 잘 설거지하고 일해라."
"거 옷차림 좀 설거지하지 못하겠나?"
"둘 사이의 일은 알아서 설거지하게나."
"얼굴이 설거지된 상태가 아니군 훗훗."(은유적 표현의 예)
등등 -_-;;
그나저나 내 블로그 명에서 알 수 있듯 난 설거지를 좋아한다. 반짝이는 싱크대와 "뽀드득"하는 환청이 생길 만큼 화사한 그릇을 보면 마음까지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한 끼 후에 설거지는 필수. 절대 그릇을 쌓아두지 않는다. 정말 급한 일이 있어 어제 먹은 라면 그릇이 오늘까지 적체될 경우,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음 설거지해야지'를 읊조릴 때가 있다. -_-; 이거.. 설거지를 좋아하는게 아니고 결벽증? 모 다른 건 그리 깨끗하지 않으니 설거지를 좋아한다고 하자. 암 그렇고 말고. -_-
언젠가 친구가 우리집에 놀러와 음식을 해준다는 따뜻한 제안을 받고 마음 속이 훈훈해져 기꺼이 응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파 한 뿌리를 다듬는 정도에 그릇 세 개를 사용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설거지 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난 친구가 음식을 만들 때 옆에서 설거지를 감행! 음식이 다 나올 즈음에는 곧 깨끗한 싱크대 언저리를 만들었던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 그렇다. 음식의 창조와 주변의 정화는 등가의 것이다.
"요리를 하는 자, 설거지를 먼저 생각할지니." 물론 내가 만든 말이다. -_-
아무튼 설거지는, 무언가 본연의 의미를 만들어준다는 기쁨이 내재돼 있다. 밥에 카레와 자장을 섞어 동시에 비벼먹어, 그릇이 탁한 채도로 얼룩졌을 때 설거지라는 제의적 의식을 통해 정화할 수 있는 것이다. (몬 소리야 -_-;;)
여튼 설거지는 즐겁다.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수채구멍을 청소해도; 설거지는 즐거운 것이다.
아차차, 내가 애용하는 세제는 조이. 리필용을 구입해 사용한다. 요새는 세제보다 수세미가 설거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중이다. 이 이글루를 이용하는 분들께서는 어떤 세제를 좋아하시는지?;; 고견을 좀 부탁드립니다. m(__)m
# by deccachu | 2005-09-29 11:26 | 신변잡기고백서 | 관련글(1) | 덧글(21) Commented by Giverny at 2005-09-29 11:31 x
고품격 주방세제 Pril 사과향 강추.
(실수로 사과맛이라고 적을 뻔했네요. 먹지는 않습니다)
Commented by 쿨짹 at 2005-09-29 12:15
움 저도 풋풋한 그린사과향이 좋더라구요. 상표는... 세일하는 걸로 ㅡㅡ;; 근데 수세미는 어떤 수세미를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
Commented by 모모깡 at 2005-09-29 12:23 x
웰빙세제 슈가버블 =.=;;
Commented by 루아™ at 2005-09-29 12:48
저도 슈가버블..;
철수세미를 싫어합니다.
저도 좋은 수세미 있으면 소개좀..하하^^;
(남자로서의 정체성 고심중)
Commented by 슈가버블 at 2005-09-29 13:18 x
슈가버블에 3M 스카치 브라이트 디자이너 수세미가 최고예요^^
(참, 뒷면이 물 많이 먹는 스폰지 말고 일반 스폰지로 된 것이 더 좋아요.)
Commented by RaynineHyce at 2005-09-29 13:24
하이리빙에나온놈들도좋아효.
Commented by decca at 2005-09-29 13:34 x
이 엄청난 추천들.. 차곡차곡 설거지해놓겠습니다. 감사감사;
Commented by Nariel at 2005-09-29 14:00
조이와 프릴 좋습니다 ^^
슈가버블 써봐야겠네요~
Commented by mvm7 at 2005-09-29 14:45
음.. 세상에서 가징 싫은 집안일이 '설거지'인데요. -_-;;
저 싱크대는 cool해 보여서 올리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lucy at 2005-09-29 15:19
탄냄비가 닦을때가 제일 좋아요. 나중에 반짝반짝해지는 그때의 감동은..ㅠ _ㅠ
Commented by 쿨피스 at 2005-09-29 15:21
초등학교 때부터 요리실습하면 요리는 안하고 설거지만 했던 제가 떠올라요. 애들이 먹여주는 음식을 마다하고 설거지만 열심히'''
Commented by Hrhjjpark at 2005-09-29 15:34
그러면 수세미는 어떤 걸 즐겨쓰시나요?
Commented by decca at 2005-09-29 15:44 x
흠 감동이 마구;; T.T 세상이 깨끗해질 것 같아요. 모두 힘내주시길 -_-;; 수세미는 현재 스카치브라이트 싸구려~ 써요;
Commented by poirot at 2005-09-29 16:48
구관이 명관! 퐁퐁
Commented by 어젤리어 at 2005-09-29 17:05
식기에 안남는데서 대충행궈도 될지 모르는(?) '세이프'
Commented by 처ㄹ at 2005-09-29 18:03
하지만 제가 한 음식의 설거지는 너무나 좋아라 하는데 (특히나 내 손에 닿는 그 물들) 친구집에서 해줄려고 할때는 아주 간혹 너무 드러워서 정화시켜주고 싶지 않을때가 있어요. 제발.. 그릇 넣을때 각자 살짝 물로만 헹궈줘도...
Commented by 상먀애인 at 2005-09-29 18:46
설겆이는 마무리가 중요하죠. 그릇만 씻고 싱크대를 정리하지 않으면 설겆이 한 티가 안 나거든요~
Commented by 부장비서 at 2005-09-29 22:33
세제는 암앤해머의 내추럴쉐이커(베이킹소다 100프로라죠)
스폰지는 이마트 자연주의의 우레탄폼으로 만든 뽀송한 놈입니다.
바@벌레가 창궐하는 지역에 살다 보니
그 날의 설거지와 음식쓰레기는 강박적으로
절대 미루지 않게 되어버렸네요 OTL
Commented by 휘발성고양이 at 2005-09-29 23:09 x
누군가 요리하는 동안 옆에서 그릇 씻고 정리하는 거 좋은 습관이야요. 그러면서 훈훈한 대화도 나누고~
Commented by 놀이터 at 2005-09-30 01:30
"세상엔 (나처럼) 설거지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를 굳게 믿고 있던 제 굳은 신념이 휘청이는 글입니다. 청소를 무척이나 싫어하고(자랑이다orz) 그 중 설거지를 가장 싫어하는 저로써는 윗분들이 위대해 보이십니다!!
제 경우 다른 사람이 먹은 그릇은 정말 닦기 싫더군요. 저희집은 빨간 바가지(대야?)에 물 담아 놓고 거기다 설거지 거리를 담는데 처ㄹ님 말씀처럼 통에 담가두기 전에 그릇에 살짝 물을 떠서 한번 헹구어 바가지에 담아주면 좀 좋은지 ... (최악은 과일 껍데기 싱크대에 던져버리는 사람! 담배 꽁초 싱크대에 버리는 사람!)
Commented by sabaku at 2005-09-30 11:38
쇠그릇은 노란색 그물망 수세미가 좋고 사기그릇은 부드러운 천 수세미가 좋은것 같아요~ 설거지 좋죠.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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