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귀에 들릴때와 상상할때
글쓴이 이웅현 (father) 날짜 2005년 7월 27일 1시 18분 추천 6 조회 329
(출처 : 고클)
누군가에게 음악을 설명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막 훈련소에 들어가서 금방 친해진동기에게 바흐를 설명해본적이
있었습니다.
' 첫 소절이 묵직한 저음줄을 둥, 둥, 퉁기는 그윽한 아랫목같은 그리
움을 동반하고 아픈배를 어루만지는 엄마손처럼 따뜻하면서도 항상
방긋웃는 이모얼굴처럼 화사하게 쏴-하고 귀를 잡아끌기 시작하면..
뒤이어 어린시절 재미있게 부르던 돌림노래처럼 두번째 소절이 뒤를
잇고 이윽고 온갖 삶의 감정을 다 담아낸 가락이 흐르는 물처럼 졸졸
졸 흘러가는걸 귀뿐 아니라 눈으로도 보는것같이 느껴지는 지경이 되
는데..
한참듣다보면 그게 악기들이 연주하는 소리였다는걸 문득 깨닫게되고.
신기함과 함께 왠지모를 감사함같은걸 느끼고..결국은 사람이 연주했다
는사실을 소중히 여기게 되는...'
뭐..이런 식의 문어체표현을 어색하게 느끼지않게 억양과 제스츄어등을
주의하며 설명했던것같습니다.
영 시큰둥해할줄 알았던 그 친구는 훈련소라는 거친환경이어서 그랬는
지. 의외로 관심갖고 듣더군요. 열성적으로 궁금해하는 그친구앞에서
저는 결국 그 곡의 멜로디라인을 허밍으로 재생(?!)하지않을 수 없었습
니다. 그 곡이 G-선 상의 아리아 였죠.. 고맙게도 저의 설명과 목소리로
도 그 친구는 그 곡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었습니다. 그것도
(저만의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매우 감동해서요..
그럭저럭 세월이 많이지나서 ....
우연히 대형 서점에서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반갑기도
하고 궁금한일도 있어서 잠시 같이 책을 고르고 자판기음료를 뽑아먹는데
우연이 겹치면서 매장BGM으로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더군요..G- 선 상의
아리아 가 말이죠....
그 친구는 바로 반응을 보였습니다.생각보다 강렬하게 뇌리에 남고...감동
적 선율이 되었던모양입니다.(황송하게도 저의 허밍이 말이죠^^..정확히
말하자면 바흐선생의 멜로디라인이 그랬던것이죠) 녀석은 그 곡을 듣는
것보다 상상하는게 더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꽤많은 음악들을
듣고 있었더군요..다만 오디오같은게 제대로있는게 아니었습니다.PC스피
커로 많은음악을 듣는다고 하더군요..그리고 그 음악들을 상상한다고 말했
습니다.
저는 이윽고 제가 상상력이 꽤나 민감한 친구에게 음악을 설명하고 그것이
'먹혀들었다'는걸 깨달을 수있었습니다.ㅎㅎ 그리고 세삼스레 덩달아 한가
지를 생각하게 되더군요..음악이란 들을때 물론 아름답지만 그것이 마음에
들어와 상상과 추억속에서 더욱 숙성되어 아름답게 자리하지않는가 하는
것이었죠.. 제가 그렇게 절실하게 아름답게 느끼고 기억한걸 꽤나 애써가
며 전달하려고 노력했었거든요.. 그걸 전달받을수있었던 사람이 있었다는
걸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쓰고보니 쑥스럽게도 저의 '무용담'아닌 무용담이 되어버렸네요..
경험이 그러니 도리가 없는모양입니다.^^제가 워낙 아릿하도록 그리운음악
으로 기억한걸 매우 절실히 토로했었거든요..누군가에게 그렇게 설명하는것
으로 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던 기억입니다. 그랬던게 그런식으로 전달
이 될줄 몰랏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토록 그리웠던 G-선 상의 아리아는 그렇게 설명한 이
후로 찾아들어본적이 없거든요..지금이야 얼마든지 마음대로 들을 수있는데
말이죠..그래서 이 곡은 지금도 그렇게 '그리운 음악'이 되고 말았습니다...
상상 속의음악이 더 아름다울때..느껴보신적이 있으신가요.아는 음악들을
기억속에서 연주하듯 더듬어가는 그 맛..전 이게 참 즐겁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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