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시 약속인데 2시 30분에 일어나 밥을 먹고보니 역시나 나가기 싫다.
담배가 없으니 어차피 나가야 하긴 하겠지만
또 강남역까지 가서 재수생들을 먹여 살려야한다는 사실이 귀찮다.
워낙 요즘 돈이 궁하기에, 친구들 보고프단 마음보다, 돈 걱정이 앞선다.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약속 시간을 정시에 맞춰나가는 조악한 습관이 생긴걸까.
그러다가다도 보고픈 사람과의 약속에는 집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30분씩 일찍 나가는 우스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만나도 그만인 사람과의 약속은 심심하면 깨 버리곤 하니, 참으로 대조적이다.
약속 나가서 사람 기다린다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왜 사람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예상 못하는걸까.
어제 보고프던 사람과 짧게 인사만 하고 지나쳤다.
지난 번 내가 본의 아니게 약속을 파기하고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둘 다 그 때의 일은 한마디도 언급않고 지나쳤다.
이로써 그쪽이 두번, 내가 한번 약속을 파기했다.
아니다, 그 전에도 한 번 내가 약속을 못 지킨 적이 있다.
이제 2:2, 우리는 1년 6개월여의 시간동안 네 개의 약속을 해서, 하나도 못 지켰다.
인연이 없는건가.
난, 약속이란 것에 정말 유감이 많나보다. 같은 제목으로 벌써 몇번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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