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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현우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신림역

그녀와 나는 신림역에 들어섰고 차례로 지하철 개찰구를 밀고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열차가 막 도착했는지 계단 아래에는
밀고 올라가려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우리가 타려는 열차는
반대방향이었기 때문에 나는 밀려 올라오는 사람들에 짜증을
내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내 손목을 잡더니 뛰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반대쪽 열차 타야돼요"라고 외치는 내게 그녀는
"알아요"라는 짤막한 대답만을 하고 계속 뛰어내려갔습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그녀를 따라 뛰어내려가 계단 아래에 도착했습니다.
갑작스런 달리기로 숨차하는 나를 내버려둔 채 그녀는 닫히는 열차의
문을 또렷한 눈빛으로 바라봤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우린 반대방향 열차 타야되는데 왜 뛰어내려간거예요?"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내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대답했습니다.
"우리 뒤에 내려오는 사람들 중에 꼭 저 열차 타야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당신이 그런 사람이었으면 해요.
나는 서둘러 지하철 역 계단을 내려가며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해요.
실은 언제나 짜증을 내며 급한 나를 내버려둔 채 마구 밀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욕한 후에나 그렇지만요.
어쩌면 급히 계단을 오르는 그들도 바쁘겠지만
나는 언젠가 우리가 함께 서둘러 신림역 계단을 내려가고는
서로 바라보며 씨익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늘 신림역 계단에서 반대 방향 열차를 타려던 앞사람이
느릿느릿 걷는 덕에 바로 앞에서 열차 문이 닫히는 것을
허망히 바라보다 생각해낸 이야기.
* 현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5-02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