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저렇게 밝을리 없어. 저건 인공위성일거야"하고 누군가는 말했다.
"사랑이 이렇게 아플리 없어. 이건 사랑이 아니야"하고 또 누군가는 말했다.
아름다우면, 소중하면 그 뿐인데.
저런 말들을 내뱉는 밤에는 눈물도 차갑다.
억지 웃음 같겠지만 내가 웃고 싶어 웃으니 마냥 억지 웃음만은 아니다.
지루한 버스에서 왈칵 울고픈 때에도 오만한 새벽녘에 바람이 스산해도
사랑이 미쳐 다 지나가지 못하고 잠시 쉬어가는 언덕에서도 웃는다.
그래도 마냥 억지 웃음만은 아니다.
제멋대로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색깔로 하늘이 얼굴을 바꾼
그 날 새벽, 아무런 추억도 담겨있지 않은 그 길은 내딛는 발자욱마다
잊으려했던 이야기들을 다시금 속삭여주며 신비로운 추억으로 촉촉히 적시다.
이름 모를 길, 이름 모를 나무, 이름 모를 사람들.
그리고 유일하게 이름이 기억나는 기억들.
오랜만에 본 하늘빛과
우연히 지나친 호수의 내음이 참 어여뻐 나도 모르게
차곡차곡 접어두려했던 이야기들을 널어놓았다.
조금은 자신없어, 하나하나 다시 다 꺼내어 들추어 볼 용기가 없어
뭉뚱그려 통째로 하늘에 한 번 담그고 호수에 한 번 담궈보았다.
그래도 걸음걸음 사뿐한 것은 그 어여쁜 빛깔 때문일 것이다.
하나 둘 참아 끝내 내어뱉지 못한 아픔.
삶의 언저리의 무의미해 보였던 그 기억들이 내 안에 쌓이곤 할 때마다
언제나 말로써, 글로써 토해내곤 했단다.
어느날부터인가 지쳐 포기하고는 조금씩 날 아프게 놓아두었는데
또 언제인가부터는 아무런 느낌도 받지 않았단다.
하늘이 새까맸던 밤이었던가 혼자 입을 열어 이제사 한숨이나
내쉬어 볼까 굳게 닫혔던 입을 살짝 열으니 그곳에 진홍빛 오롯하게 진주가
있었단다. 그때부터 진주를 감추어두려고 입을 더 굳게 다물고는
아프고 자잘한 기억들이 나의 밤을 함부로 난도질하더라도
끝내 입을 다물고 나는 웃어보였단다.
그리고 또 어느 날엔가 누군가 나를 보고 눈부셔하기에 조심스레
살피어보았더니 내 안의 진주는 나의 작은 껍질로는 더 이상 감추어 둘 수
없을만치 커져있었단다.
그렇게 나는 커다랗고 빛나는 진주를 갖게 되었단다.
나의 피가 나의 영혼을 충분히 덥히지 못하는 밤에는
타인의 숨결과 체온이 필요하다.
닿지 못한 이야기들, 잊지못한 상념들이 차갑게 나를 식히고
밤의 냉혹한 미소가 얼음보다 찬 그런 어두운 시간에는
오로지 당신의 숨결과 체온이 필요하다.
2004년 8월 29일 새벽, 밤 새워 놀고 돌아오던 길에 끄적였던 글들.
지금이 바로 그 날 밤인데도 벌써 오래 전에 써놓았던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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