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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현우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fictionary # 1

그는 영화를 내리 두 편을 보았다. 그는 굶주려 있었다. 지난 아홉달 동안 영화를 단 한 편 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굶주려 있었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내리 세편을 보았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그는 굶주려 있었다. 두번째 영화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그가 좋아하는 영화를 찍었던 감독이었고 그래서 그가 좋아하는 그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그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다. 그는 다섯번이나 본 그 영화를 다시끔 떠올렸다. 그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하나 끝내지 않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에는 그 어떠한 문장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다. 그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울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가벼운 마음을 책망했다. 그러나 가벼운 생각을 하는 것은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눈물이 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책상 앞에 앉아 본 것이 이미 며칠 전이었음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해 본 것이 이미 한참 더 오래 전이었음을 기억해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내버려 둘 수 밖에 없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브람스를 듣고 바흐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노래는 더이상 부를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나를 사랑해줘'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나를 내버려둬'라고 외쳤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빗소리는 고요를 채웠다. 그러나 그는 세상이 멸망하는 날도 이만큼 시끄러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음 안쪽 벽에서 무언가 무너져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만 세상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빗소리마저 선명히 들릴 정도였다. 그 날의 마지막 미소를 던질 차례였다. 그는 힙겹게 입가의 근육을 당겨 올렸다. 어색한 그 미소는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날의 마지막 말을 던질 차례였다. 그는 속삭였다. "잘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 Givern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0-08 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