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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기사] 정년 전 미리 캠퍼스 떠난 서울대교수 트리오

학자들에게 최고의 직업이자 명예로 통하는 서울대 교수. 그런 서울대 교수 3명이 최근 한꺼번에 “삶의 여유를 찾고 싶다”며 ‘명예퇴직’했다. 정년·보수·연구조건 등을 이유로 다른 학교로 떠나는 교수들은 종종 있으나, 이런 이유로 서울대를 떠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정년을 1년 앞두고 퇴직한 이병근(李秉根·64) 전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허름한 녹색 코르덴 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대여섯 평쯤 되는 뒤뜰 채마밭을 손보고 있었다.

“고추와 가지, 상추, 토마토를 길러 먹고 있지. 저쪽에 토란도 보이지? 쪼글쪼글하고 볼품 없지만 아내와 나 두 식구 먹기엔 부족함이 없어. 더 넓으면 지어 먹기 힘들어서 안 돼. 될 수 있는 대로 잔손질 안 하고 내버려둬요. 있는 그대로가 좋잖아.”

지난 봄 농협에서 실시한 영농교육에 참석해 작물 재배법을 배웠다고 했다. “농사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대학에 있을 때는 내가 알고 있는 게 참 많은 줄 알았지. 학교를 떠난 뒤 그 폭이 참으로 좁았다는 걸 깨닫고 있어.” 그는 33년 11개월간 서울대에서 국어학을 가르쳤다. 국어학회장과 진단학회장도 지냈다.

학교를 떠난 이유를 묻자 “답답하고 재미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59년에 대학 들어가 ROTC 1기로 군대 2년 갔다온 걸 빼면 40여년을 서울대 울타리 안에 웅크리고 있었어. 80년대 프랑스 파리 제7대학에서 연구교수를 지냈지만 강의 준비하느라 세상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어. 돌이켜보니 우물 안 개구리였지. 남들은 서울대 교수 자리를 부러워하겠지만, 오래 있으니까 재미가 없어지네. 젊은 제자들을 가로막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고….”

그는 “명퇴가 망설여질 때마다 두 사람을 떠올렸다”고 했다. ‘은퇴 후 어떻게 지내느냐’는 물음에 “아무 생각 없이 산보합니다”라고 말했다는 스승 일석(一石) 이희승(李熙昇) 선생. “착(着·집착)하지 말라”고 자주 꾸짖던 장인 장욱진(張旭鎭) 화백. 환갑이 넘어서야 그 뜻을 조금 알게 됐다고 했다.

함께 은퇴한 유평근(兪平根·62) 전 불문과 교수.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젠 붓을 잡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는 그림 좀 그린다는 소리 들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손도 못 댔거든.” 경기고 미술반 출신인 그는 한때 화가를 꿈꿨다고 했다. 그는 보들레르 연구(1975), 이미지론(2000) 등의 저서를 낸 19세기 프랑스 시(詩) 연구가다.

정년을 3년 앞둔 은퇴를 두고 주변에선 “이른 것 아니냐”고 했지만, 그는 “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석사를 마치고 바로 전임이 됐어. 운이 좋았지. 33년하고 6개월이나 강단에 섰으니 그만 할 때도 된 거 아냐? 언제 떠나겠다 특별하게 마음에 두지는 않았는데, 지난 학기에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더군. 후학들에게 자리를 터 주는 것도 좋잖아?” 그는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해리(金解梨·64) 전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지난 8월 말 정년을 세 학기 남기고 이 교수, 유 교수와 함께 서울대 교수직을 던지고 나왔다. 30년5개월 동안 지킨 자리였다. 그는 기자에게 “개인적인 사정”이라고만 말했을 뿐 더 이상 설명을 달지 않았다.

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

입력 : 2004.11.03 17:37 10'

현우

트리오라니...세제도 아니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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