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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한마디

화요일에 행정실장님이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셨다.
야근해야 해서 빠지려면 단장님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더니
본인이 직접 말씀을 해주신다고 하여 결국 행정실장님과
인사처 최중사와 함께 고기를 먹으러 갔다.

각자 반 병쯤 먹었을 때쯤이었던 것 같다.
내가 오랜만에 수송대에서 갑자기 부관실에 끌려오게 된
이야기를 하자(정말이지 말 그대로 끌려왔다.
서울대 졸업자 중에 인사행정 특기가 아닌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는 이유로)
실장님께서 "잘 하고 있어"라고 하셨다.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매번 농담처럼 말하지만 정말이지 일에 익숙해졌다기보다는
실수에 익숙해져서 매일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그럭저럭 하루를 넘기는 느낌이다.
그래도 실장님의 그 말씀에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정말 잘 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내가 잘 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는 걸 누군가 알아주고 있다는 그런 느낌에.

//

단장님께서 가끔 알쏭달쏭한 말씀을 하신다.
지난 번에는 "15비 부관은 참 해피한 부관이야"라고 하셨는데
차 타고 가다가 갑자기 하신 말씀이라 아직도 어떤 의미로
말씀하셨는지 모르겠다. 여러모로 찔리는 바가 많기는 하지만.
그리고 두 번쯤 "15비 부관은 참 열심히 하는 부관이야"라고
하셨는데 사실 전임자가 워낙 일을 대충해서 듣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특전사 부관들은 집에 못 간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장님의 한 마디는 오늘도 퇴근 직전
들었던 그 한마디인데 다음과 같다.

"어? 너 아직도 집에 안 갔어?"

누군가의 짧은 한마디가 내 하루를 가치있던 것으로 만든다.
작년에 상담교육 이후로 누구에게든 칭찬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인데 나도 누군가의 하루를 그렇게 가치있도록
해주는 사람인지 잘 생각해봐야겠다.

//

여담 하나.
실장님과 술을 마시다가 "인사처장님 부탁은 자꾸 본의 아니게
잊어버립니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닌데 자꾸 까먹습니다."라고
말했었는데 다음 날 실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일부러 인사처장님 부탁 전화는 모른 척 한다며?"

술에 취해 허언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마시는 사람이
취하지는 않았는지 항상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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