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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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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술에 취해 걸었다.
한참을 소주 한 병에도 취하더니 어제는 소주 세 병에
맥주 한 캔을 비우고도 멀쩡히 걸어다녔다.
낙성대에서 이수역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며 오랜만에 음악을 들었다.
얼마만이었던 건지 모르겠어, 그렇게 마음 편히 음악을 듣는 것.

이수역을 지나며 생각이 났다.
아주 오래 전에 그곳에서 있었던 일이.
너무나 오래 전이라 잊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내게는 그저 무의미한 기억이 되었기에 그랬던 걸까.
지금의 나와는 조금도 상관없는 아주 오래 전의 그 기억을
스쳐보내고 나자 스니커즈 안쪽 이리저리로 치였던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좀만 더 걷지 하고 몇 걸음을 내딛었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밀려오는 슬픔 때문이었는지 아픈 발 때문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주저앉은 나도 몰랐으리라.
왜 모든 기억이 그토록 쉽게만 잊혀진건지
왜 나는 언제나 그토록 쉽게 설레고 쉽게 선택했던건지
대체 언제부터 쓰라린 발과 마음으로 걸어가는 밤길에
전화를 걸 수 있는 곳이 없게 되어버린 건지
어째서 아무런 희망이나 기대감조차도 없는 건지,
몰랐다 나는 몰랐다. 그래서 슬펐고 그래서 아팠고 그래서 주저앉고 말았다.

세 달만에 받은 위로휴가였는데 나는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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