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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포옹

사춘기 3년이 내 삶의 방식을 결정한 만큼이나
대학에서의 처음 2년이 나란 사람의 변화의 시간이었다.
그 후로도 나는 너무도 자주 변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은 각자 나를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곤 한다.
자대에 와서의 9개월은 그런 내 방식의 실험 시간이었고
나는 여전히 많이 배우고 많이 실천하고 있다.
사춘기가 내 인격을 형성하는 시기였고,
대학시절이 타자와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시간이었다면
자대에서의 생활은 내가 생각하던 삶의 방식, 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나의 가치관을 실천하고 구현하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지난 3주만큼 많이 배우고, 많이 변한 적은 없었다.
이토록 급격하고 놀라운 변화는 없었다.
단 하나의 타자를 사랑하는 일이든, 인간 전체를 사랑하는 일이든
자기만족적인 수준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해야 함을,
전체의 조화를 이끌고 그 흐름에 따르며 서로 배워나가
말이 아닌 가치관의 구체적 실현으로 동화되어야 함을 알았다.
내 삶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의 욕구 밖에 존재하는
타자의 욕구의 존재와 그것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나의 욕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배웠다.
내가 무엇을 간절히 원하든 간에 언제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음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면
수많은 사람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을,
내 간절함보다는 그들의 간절함의 합이 더 크다는 것을.
마음은 그대로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은 훨씬 많아졌음을.
그래, 하나의 타자를 이만큼 사랑할 수 있으면
모든 타자 또한 마음에 품을 수 있으렸다.

세상을 모두 품을 수는 없어도, 내가 품을 수 있는 만큼만은
내 삶을 다해 끌어 안을 수 있기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두 팔로 서로를 끌어안는 대신
서로 맞잡은 두 팔 사이 세상을 가득 품는 것.
내가 했던 것은 세상을 혼자 끌어안으려고 바둥거리는 나를
안아달라는 투정이었거나 너도 나처럼 뭔가를 안으라는 명령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이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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