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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question mark

오랜만에 유치뽕짝 신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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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내 이상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예뻤다.
얼굴만 예뻤던 것이 아니라 키가 크고 늘씬 했으며
몸매도 상당히 볼륨감이 있었다. 분명 바로 옆을 지나가던 누군가는
왜 이런 애가 저런 남자애랑 다니는지를 궁금해 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그 아이는 예뻤다.
그리고 성격도 참 좋았다. 약속에 늦어도 결코 화내지 않았고,
자신이 늦을 때면 늦는 이유를 설명해 주며 얼만큼 늦을지 먼저
말해주곤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해놓고도 결국은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오곤 했다. 고마워 해야할 때 고마워 할 줄 알았고
미안해 해야할 때 미안해 할 줄 알았다.
게다가 괜찮은 집안에 괜찮은 학벌에 괜찮은 직장...
정말이지 누구라도 궁금해 했을 것이다. 이 여자아이는 대체 왜 이
나라는 남자와 마주보고 있는 것인지.

나 또한 궁금했다. 왜 그럼에도 나는 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인지.
왜 내가 이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데도, 이토록 나는 평범하고 이 아이는
평범하지 않은데도 이 아이는 나를 좋아하는 것인지.

어느 날 나는 생각했다.
그 자리에 놓인 것은 언제나 너였다.

이제 막 시작된 너무도 길고 긴 휴가와 하고 싶었지만 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미뤄놓아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기억할 수도 없는 수많은
추억과 기억들, 그리고 내 모든 이야기들에서 나와 함께 주어가 되고
목적어가 되고 보어가 되고, 그리고 때로는 감탄사가 되는 그 이름은
너의 이름이었다.

책꽂이 한 구석에 놓여있는 앨범 속 아주 어린 시절 나의 사진들과,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친구들과 함께 웃던 날들의 사진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찍혀있을, 내가 찍은 풍경들 속에서 무언가
허전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단지 하나가 없기 때문일 것이었고
그것은 너의 얼굴이었다.

나는 그 이름이 왜 그 여자아이의 이름이 아니라 너의 이름이며
나는 그 얼굴이 왜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아니라 너의 얼굴인지
모르겠다고 심각한 얼굴로 친구에게 물었고
친구는 대답했다, 그런 게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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