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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나의 세계

현실이 모순을 맞이했을 때, 버릴 수 없는 - 타협 불가능한 이상, 아니 반대로 그 이상이 현실과 타협할 수 없을 때 이상을 버릴 것인가 -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좀더 당길 것인가, 그리고 매번 체념하고 그 간극을 좁히려 해도 항상 그 둘 사이의 거리가 터무니 없이 멀게만 느껴질 때, 아니 내가 타협한 것 이상으러 현실이 달아나고만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
삶의 의지란 무의식적인 생존의 의지와 그것을 생동케 하는 다른 힘 - 의지의 두 요소로 구성되는데 전자만이 실존하고 후자는 매번 사그라들어 삶의 의지의 존재조차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때, 죽음을 향헤 치닫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때, 모든 것이 그 가치를 상실하고 아주 작은 변화만을 갈구할 때조차 모든 것이 정지된 심연 속으로 한없이 가라 앉을 때, 잠을 자고 술을 마시고 책 속으로 숨는 내가 오래도록 의지해 온 방법들조차 아무 효력없이 된 것을 깨달았을 때, 이 모든 절대의 침묵을 깨뜨릴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나 그것조차 나에게만은 허락되지 않은 것임을 새삼 깨달을 때, 오래도록 사유로 분해하고 언어로 재조합 해온 세상이 리비도 속으로 녹아들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었음을 그리고 그 리비도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겨우 인정할 수 있게 됐으나 그것이 나 자신과는 유리된 채 존재하는 것이어서 더 큰 절망만을 의미할 때, 여전히 먼저 내밀 수는 없으나 누구라도 손 내밀면 잡을 수밖에 없는 절망 속에서도 아직 내 안에 저항하는 것들이 있음을 느낄 때, 그럼에도 예전에 가끔 누군가 먼저 내밀곤 했지만 잡을 수 없던 손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데도 나는 모든 것을 사유로써 분해하고 언어로 재구성하고 무의미한 단어와 논리들로 다시 쌓아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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