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이 책을 드디어 읽었다.
어렵다.
그런데 사르트르의 글을 읽었을 때처럼 이 인간 뭐 어쩌자는 거냐하는
분노의 마음이 치밀어 오르지는 않는다. 콘래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은데 명확히 포착할 수 없는데서 오는 아쉬움이랄까
그런 것에 다소 괴로워지는 그런 어려움이다. 어렵긴 해도 번역자가
해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뭔가 마술에 걸린 듯 꾸역꾸역 읽게 되는 그런
마력이 있다.
도대체 제목인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가 무슨 의미를 지닌 걸까
생각하며 읽다가 놓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적어도 두 번은 읽어야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그러나 두 번 읽을리 없다)
표지 뒤의 광고문구에서 말하듯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아 찾기'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머리 속으로 직접 파고들지는 않는다.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관점으로 잡든, 자아찾기를 관점으로 잡든 간에
화자인 '말로'의 목소리는 너무도 모호하다. 대체 어느 쪽을 비판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의도된 작법의
결과일 것이다.
그 모호함은 독자 자신이 생각하도록 이끌어 준다.
그리고 그 결론은...짜잔!!! 우리 역시 암흑의 핵심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뭐 대충 그런 것.
나름 투병;; 와중에 틈틈이 읽다가, 정신없이 잔 후 마저 읽고
같잖은 감상을 쓰고나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거나 오늘부터 다시 제대로 책을 읽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 ㅡ.,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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