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yarol 2003-02-22 [22:03]
정크sf에서 퍼옴.
바니스의 검사들
The Swordsmen of Varnis (1950)
제프리 코비 지음
by Jeffrey Coby (aka Clive Jackson)
쌍둥이 달이 화성의 붉은 사막과 잊혀진 도시 쿠아-로니스의 폐허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밤바람이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첨탑을 감싸고 돌며 한숨을 내쉬고, 텅빈 사원의 번개무늬 격자창들을 향해 속삭인다. 바람에 날려오는 붉은 모래 탓에 쿠아-로니스는 마치 구리로 된 도시처럼 보였다.
질주하는 발굽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 것은 자정 무렵의 일이었다. 이윽고 기수들이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고색창연한 성문 아래를 통과했다. 추적자들보다 겨우 20야드 앞서 있던 로니스의 전사왕(戰士王) 타른은 쌍방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여섯 개의 다리가 달린 보르클의 비늘로 덮힌 옆구리에 가차없이 박차를 가했다. 충실한 짐승은 주인의 명령에 따르려 하다가 몸이 말을 듣지 않자 절망한 듯이 낮은 울음소리를 냈다.
타른은 커다란 2인용 안장 앞쪽에 레니-탈-로니스를 태우고 있었다. 화성의 공주인 그녀는 이 볼품없는 짐승 위에 사뿐히 앉아, 구부러진 목을 향해 상체를 기울이고 찰싹 달라붙은 짐승의 귀에 격려의 말을 속삭였다. 그러고는 미늘갑옷을 입은 타른의 가슴에 기대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사랑스럽고 생기발랄한 얼굴은 추격전의 흥분으로 발그레하게 상기되었고, 그 호박색 눈동자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녀를 찾아온 이 기이한 영웅에 대한 사랑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이 경주에서 이길 거예요, 나의 사랑하는 타른." 공주는 외쳤다. "저 아치문 너머에는 <살아있는 증기의 신전>이 있고,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우리는 바니스의 모든 군세를 무찌를 수 있어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 바람에 펄럭거리는 얇은 옷 사이로 드러난 목과 가슴과 허벅지의 미묘한 곡선. 타른은 이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설령 이 기이한 여정의 끝에서 바니스의 검사들의 칼에 맞아 최후를 맞는다고 해도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주의 거리 감각은 정확했다. 타른이 고삐를 잡아당기자 보르클은 콧김을 내뿜으며 <신전>의 거대한 대문 바로 앞에서 끼이익하고 멈춰섰고, 뒷발로 일어섰다. 이와 동시에 바깥쪽 아치문에 도달한 검사들은 좁은 공간 안에서 뒤죽박죽으로 뒤엉키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들은 재빨리 대열을 정비한 다음 함성을 지르며 안뜰을 향해 돌진해 왔지만, 그 사이에 타른은 보르클에서 내린 다음 커다란 문 앞에 버티고 섰다. 레니-탈-로니스가 <신전>의 대문을 열 때까지만 버틴다면, <살아있는 증기>의 비밀은 그들의 것이 되고, 로니스의 모든 땅에 대한 지배권은 그들의 손에 들어온다.
검사들은 타고 온 보르클의 발굽으로 다짜고짜 그를 짓밟으려고 했지만, 문이 너무나도 좁고 깊었기 때문에, 타른은 칼을 들어올려 첫 번째 보르클의 목을 푹 찌르고 뒤로 펄쩍 물러나며 빈사 상태의 짐승이 쓰러지는 것을 피하기만 하면 됐다. 보르클 기수는 낙마의 충격으로 한순간 얼이 빠졌다. 타른은 죽은 짐승 위로 뛰어올라 주저없이 이 운 나쁜 검사의 목을 베었다. 열 명 남은 적들은 그를 향해 도보로 쇄도해 왔다. 그러나 문이 워낙 좁았던 탓에 네 명이 나란히 서서 공격할 공간밖에는 없었고, 거대한 짐승 위에 올라간 타른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전투의 광기가 타른의 핏줄을 타고 불처럼 흘렀다. 그는 적들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가가대소했고, 피에 물든 그의 장검은 그 누구도 통과할 수 없는 차가운 죽음의 패턴을 자아냈다.
레니-탈-로니스는 구멍 투성이의 청동문을 침착하게 더듬어 방사선 자물쇠를 찾아냈고, 엄지에 낀 희뿌연 빛을 발하는 반지를 열쇠 구멍에 갖다댔다. 숨겨진 날름쇠가 찰칵 열리는 소리를 들은 순간, 그녀는 안도한 나머지 작게 훌쩍였다. 고대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며 청동문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느릿느릿 열리기 시작했다. 타른은 강철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 위로 공주가 외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나의 타른. <살아있는 증기>의 비밀은 이제 우리 것입니다!"
그러나 네 명의 적을 쓰러뜨리고 죽어 나자빠진 보르클의 시체 위에서 남은 일곱 명과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던 타른은 뒤로 물러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마자 적의 칼을 맞고 죽을 위험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레니-탈-로니스 공주는 자신의 검을 뽑으며 외쳤다.
"아아 내 사랑! 내가 당신의 왼팔이 되어 줄게요!"
패배의 불길한 예감이 바니스의 검사들의 심장을 차갑게 움켜쥐었다. 타른과 투지에 불타는 그의 공주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춰 휘둘러대는 무자비한 검을 맞고 절명한 희생자의 수가 두 명, 세 명, 네 명으로 늘어나면서, 그들이 흘린 선혈이 안뜰의 붉은 모래를 붉게 적셨다. 바야흐로 이 두 주인공이 <살아있는 증기>의 신비로운 비밀을 쟁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자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설마 살아남은 검사들 중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배신자가 있었을 줄이야. 그 검사는 뒤로 펄쩍 물러나며 칼싸움에서 몸을 뺐고, 잔뜩 화난 표정으로 손에 쥔 검을 노려보다가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ㅆ발 ㅈ도!"
그는 허리춤에 찬 양자총(陽子銃)을 뽑아들었고, 레니-탈-로니스 공주와 그녀의 전사왕을 지글거리는 에너지빔으로 쏘아 완전히 소멸시켜 버렸다.
(계속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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