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렐 차뻭...체코 사람이라 그런지 이름이 어렵다.
이 작품을 읽은 이유는 단지 하나.
'로봇'이란 용어가 이 작품에서 시작되었기 때문.
마지막의 작가 해제 부분을 읽다보면 작가는 작품에 쏟아진
평들에 다소 실망한 듯 하다. 자신은 '인간'의 이야기를 썼는데
사람들은 '로봇'의 이야기로만 읽고 있다고 한탄한다.
이 이야기는 확실히 '인간'의 이야기로 읽힌다. 당시의 평들이
그러했던 것은 '로봇'이란 개념이 아주 생소하지는 않지만
결코 지금만큼 익숙한 개념이 아니었기 때무이라 생각된다.
내가 가장 주목했던 인물은 헬레나다. 헬레나는 로봇의 인권을
주장하러 로숨 섬에 왔다가 그곳의 지도자 도민과 결혼한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로봇의 인권을 지켜내려 하고 끝내는
로봇의 설계도를 불태운다. (대체 왜 태우는지 모르겠다)
순진하다기보다는 멍청하고 어처구니 없는 헬레나의 모습에
오버랩 되는 것은 역시나 트로이 신화의 헬레나다.
물론 로봇들이 헬레나를 구하기 위해 로숨 섬을 포위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책임한 순수...라는 측면에서 두 헬레나는 일치한다.
차펙의 설명에 따르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옳다.
대량생산으로 인류를 노동으로부터 구원하고자 하는 도민,
로봇의 인권을 주장하는 헬레나,
그리고 모든 과학의 발전은 신에 거역하는 것이라는 나나 등등
모든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이상주의자로서 옳다.
그러나 이상주의라는 것은 그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고
그 한계는 인류의 멸망, 로봇의 인간 지배라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결국 로봇들이 사멸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은
헬레나가 태워버린 설계도의 부재 탓이다. 그녀의 순수한
(그리고 한없이 멍청한) 노력은 최악의 결과를 이끈다.
로봇들이 갑자기 감정을 갖고 사랑에 빠지며 구원을 받는다....
라는 터무니없는 결말은 어처구니가 없긴 하지만 아주 나쁘지는 않다.
로봇이 인간이 되고, 다시 지구를 채워나간 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 어떤 존재냐하는 질문을 다시 던져준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 인간이 피조물을 만드는 것과 신이 인간을
만든 것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고통과 감정을 갖는다면
그 존재 또한 인간과 다르지 않은가 등등등등....
어떠한 결론을 내어놓든 그것은 자유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그런 질문들을 던져준다는 점에 있다.
'로봇'이란 말을 처음 제시한 작품으로 알려지는 것은 다소 아쉬운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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