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아직 안 읽은 분은 읽지 말아 주세요.
누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라고 하고
누구는 별로라고 말한다. 호오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이다.
일단 나는 즐겁게 읽었다.
상중하 중 두번째 권 후반부터는 책을 놓지 못할 정도로 몰입했다.
작가가 의도한 흐름에 그대로 따라가는 독서를 하는 편인 나는
이번에도 작가의 의도에 충실하게 따랐던 것 같다.
범인이 누구인지 후반부까지 계속 헷갈려했고 주인공들 간의
관계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 덕분에 마지막 부분을
남들만큼 가슴 뭉클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이 작품의 제목 백야행은 말 그대로 밝은 밤에 길을 걷는 것을 말한다.
이 제목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꽤 늦게 깨달았기에
작품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의 인생은 백야행 그 자체이다.
그들은 결코 태양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오직 밤에만 다닐 수 있는
음습한 범죄자들이다. 그렇지만 서로 간에 빛이 되어주고
그리하여 그들은 밝은 밤에 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 걸음은 고독한 걸음이다.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오직 서로만이 이해해주는 그런 걸음이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행로를 걷는다.
두 사람의 마음 속이 백야행이라면
현실에서의 두 사람은 완전히 반대의 존재이다.
료지는 범죄의 세계에서 언제나 뒷처리를 담당하고
유키호는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그런 인생을 살아간다.
형사 사사가키의 표현처럼 그것은 일종의 공생관계지만,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외롭고 너무도 대조적인 삶이다.
그들의 관계의 기반은 사랑이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료지에겐 그랬을지 모르지만
유키호 쪽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녀는 가즈나리를 사랑했으리라.
그럼에도 료지와 유키호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에게 의지하는
존재이다. 그 근원에는 무서운 범죄가, 악에 대한 공유감이 있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다른 독자들의 평을 읽어보았다.
몇 가지 반복되어 언급되는 부분이 있어 나름의 설명을 달아볼까 한다.
이 작품에서는 거의 30년 동안의 이야기에서 일본의 시대상이 언급되고 있다.
많은 독자들이 이런 언급이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 부분에만은 꼭 반박을 하고 싶다.
일본 경제의 부침, 유행, 시대의 변화는 낮의 세계이다.
주인공 두 사람이 살고 있는 밤의 세계와는 대조되는 세계이다.
두 사람은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그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한 채 한 밤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조의 효과를 위해서 의미있는 언급이라 생각된다.
두 사람의 지속되는 서로에의 의지와 관계는
그런 변화 속에서도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중간 부분의 료지의 컴퓨터 사업 부분이 조금 길었다는 평들이 있다.
동감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약간 지루하고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료지와 유키호의 이야기를 무관한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이리라 생각된다. 물론 무수히 많은 복선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후반부까지 계속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생각된다.
두 사람의 관계에 그 별다른 뭉클함을 느끼지 못했음에도
난 이 작품이 좋다. 료지의 아버지의 상대가 유키호의 어머니가
아니라 유키호 자신임이 밝혀지는 순간의 그 느낌도 한동안
잊지 못할듯 싶다.
설마, 설마하며 읽어나가던 순간들이 여운으로 남는 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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