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사회교과서 한강의 기적 푸대접"
게재일 : 2005년 04월 28일 [2면] 글자수 : 1344자
기고자 :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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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중·고교 교과서에서 초라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영훈(서울대·한국경제사·사진)교수가 국내 사회 교과서의 경제 분야 서술 방식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광복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 과정을 잘못된 통계에 근거해 폄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고교 1학년 사회 교과서 8종 가운데 시장점유율 상위 5개 종을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대부분의 교과서가 '낮은 임금''농촌 차별''소득 격차' 문제 등을 부정확하게 기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이 담긴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그려진 한국 경제의 모습'이라는 논문을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을 비판하며 '대안 교과서' 마련을 목표로 1월 출범한 '교과서포럼'이 주최하는 행사다. 이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경제가 발전했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의 대표적 이론가이기도 하다.
다음은 논문 요약.
"저임금 덕분에 성장"은 잘못=대부분의 교과서는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성장했다'고 서술하지만 이는 잘못된 통계에 근거한 것이다. 1960년대 이래 지금까지 임금의 증가율과 노동의 한계생산성 증가율은 같은 수준이었다. 노동자가 생산에 기여한 만큼 임금도 착실히 올랐다.
교과서들은 또 한국 경제가 중소기업의 희생 위에 성장했다고 기술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열관계는 80년대 이후 높은 수준으로 발달했다. 60∼80년대 대기업 수는 급격히 증가하지만, 중소기업 수는 70년대 중반까지 정체 상태였다.
소득격차 심하지 않았다=교과서들은 소득격차가 심하다고 사실과 다르게 기술하고 있다. 97년 이전 30년간 한국 경제는 국제적으로 소득분배의 모범생이었다.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은 97년 경제위기 이후 중산층이 몰락하면서부터다. '농촌 차별'도 오류다. 역대 정권은 국제시장으로부터 농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적지않은 투자를 했고, 전반적으로 공산품에 대비된 농산식품의 상대가격지수는 상승 추세였다. 한국 농업은 차별이 아니라 오히려 보호를 받아왔다.
이 교수는 이 밖에 "교과서는 개발독재 시기에 정부가 경제에 개입해 시장의 자율적 기능이 훼손됐다고 쓰고 있지만, 60년대 초에는 그 기능이 왜곡당할 만한 자본시장이 성립돼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교과서들은 북한 경제를 '사회주의 계획경제'라고 부정확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북한은 엄밀히 말해 무계획의 명령경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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