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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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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엔 꽃도 있더라...라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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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서울지방경찰청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라는 곳에 쓴 글 내용이다.
이런 글을 여기에 게제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고마운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서 여기로 들어오게 되었군요
얼마전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여러번 만나면서 그때 마다
떨리는 마음에 번번히 집앞까지 가서 그냥 되돌아 오는 나날이
이었습니다.
몇일전부터 벼려온 단 한마디를 어제 했습니다.
단단히 마음먹은 저는 미리 그녀의 집 근처 꽃집에 장미꽃 20송
이를 부탁하고 그녀를 만나 하루종일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
했습니다. 겨우 겨우 또다시 따라간 그녀의 집 앞입니다.
잠시 기다리란 말을 하고 곧바라 꽃집으로 뛰어갔습니다.
닫혀있더군요...눈앞에 캄캄했습니다.
문을 두드려도 묵묵부답, 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주위
를 뛰어다녔습니다. 들어가볼때 다 들어가봤구요. 슈퍼마켓,
문닫은 꽃집도 열아달라고 외쳐보고, 너무 늦은 시간이었죠.
호프집에 가서 남는 꽃 좀 없냐고 말도 안되는 구걸도 해봤습니
다.
그냥 돌아갈까. 잠시 기다리라고 한 시간이 너무 오래된거 같
았습니다. 사정얘기하고 빈손으로라도 내 맘을 전할까. 그토록
오래 준비해온 말들이 차마 나올꺼 같지 않았습니다. 담에 할까?
향년 21세 대한민국 싸나이...물러서긴 싫습니다.
터벅 터벅 돌아가는 길에 눈앞에 갑자기 어른거리는 희망의
손길... 뭔가가 확 띄더군요, 파란색 아름다운 꽃...
그 꽃말고 눈에 뵈는게 없던 저는 일단 들어가서 꽃 한송이만
달라고 말했습니다. 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은 경찰서...
인생에 있어 그리 자주 가보지 못한... 경찰서였습니다.
'어...이거 뭐가 잘못되는게 아닌가.'
그곳에 계시던 두 경찰아저씨들이 웃기 시작합니다.
"뭣땜시 꽃이 필요하냐?"
사실대로 말하기 상당히 낯부끄러워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여자친구 생일이라서요..."(이거 거짓말했다고 벌심하게 주지
마세요...^^ 군밤한대는 맞죠...^^;;;)
경찰 아저씨들 또 한참을 웃습니다.
"저꽃 비싼건데..."
들어가서 보니 파란색 그 꽃이 더 좋아보입니다.
"내일 장미꽃 10송이 드리겠습니다."
파란꽃 주위에 안개꽃...그리고 은박지까지...
"얌마, 내 경찰 생활 15년 만에 꽃달라고 경찰서 온놈은 첨이다"
^^ '저도 제 인생에서 경찰서에 꽃달라고 하긴 첨입니다'
한참을 기다렸을 그녀에게 달려갔습니다. 이 정도 일을 겪으니
이제 고백하는것...더이상의 용기가 필요하진 않더군요.
당당하게 제마음 전했습니다.
근데...용기만으로 되는게 아닌가 보군요...꽃만으로 되는게
아닌가 보군요...허허허
돌아서는 그녀를 잡지 못했습니다. 경찰서에 두 아저씨 얼굴이
교차하면서 힘없는 다리를 겨우 집까지 끌고 왔습니다.
일어나니 시간이 꽤 되었군요. 어제 일이 다 꿈만 같습니다.
실패...란 말을 쓰긴 싫지만 잘되진 않은거 같구요...^^;;;
그래도 그때 경찰 아저씨들에겐 꼭 감사해야 할꺼 같군요.
봉천 7동 삼촌들, 정말 감사합니다.
조만간 그녈 위해 준비 했던 장미꽃 20송이 들고 찾아가겠습니다
10송이씩 반으로 나눠서 아저씨들께, 그녀에게 주려고 했는데...
아무튼 가끔 학교 집회가 있을때 아늑히 멀리 보이던 파란색
옷의 경찰관들이 어제처럼 이웃집 아저씨로 보이던 그 경찰,
관악구,봉천7동 경찰서에, 다시 감사의 말을 올립니다.
친구덜이랑 친구 자취방에서 자면서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이넘 계속 그녀와 어케 됐냐고 장난조로 계속 물어봤는데 이넘이 돌아눕더니 컴터 켜서 서울지방경찰청 '칭찬합시다'게시판을 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뭔넘의 경찰청?' 하면서 봤는데...이 글 보고 애덜 다 숙연해졌다...그넘의 우는 것 같은데 끝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더군...
암튼...젊은날에 이런 얘기 하면서 고민하는 것도 나중에 웃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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