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은 쉴새 없이 변하며 하나도 고정된 것이 없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
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세상 밖에 있는 신이 아닌 이상 우리도 세상의 일부로, 세상과 함께 흘러가고 있을겁니다.
우리는 종종 나 자신 - 자아에 대한 개념, 더 나아가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우리가 살아온 과거의 어느 시점에 맞추어 고착화시키곤 합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입니다. 매일 밤 내 방이 어제 내가 잠들었던 그 방이 아니라는 - 같은 공간에 자리잡고 있
을지 모르지만, 완전히 똑같은 상태라고는 볼 수 없지요. - 불안감을 항상 느낀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신경증을 야기하겠지요. 나는 오늘의 내 방을 어제의 그것과 동일시합니다. 약
간의 디테일만 다를 분 동일하게 생각하지요. 사람에게도 그렇습니다. 오늘 이 사람이 어
제 내가 알던 우리 엄마가 맞는지 꼬치꼬치 확인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간 한대쯤
맞겠지요.) 이처럼 삶 속에는 고정될 수 없는 것을 사고 속에서 고정시켜야만 하는 필요성
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한 괴리감이 생겨납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속에서 사람은 지루함 보다
안정감을 느낍니다. 일상은 궤도에 들어서 있고 새로운 정보를 갱신하는 스트레스에서 해
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평온이 깨어질 때가 있습니다. 어제가 더 이상 오
늘을 설명해주지 못할 때, 우리가 무심코 과거의 어느 시점에 못박아 놓았던 세계가 사실
은 쉴새 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되는 순간, 우리가 받는 충격은 우리가 만들었
던 허상 - 지나간 것들의 그림자 - 와 현실의 거리만큼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이 충격은
주위의 모든 것으로 전이되어 결국에는 나 자신이 세계 전부와 떨어져 있다는 괴리감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는 '인식'은, 더 이상 우리가 과거에 대하여 ,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하여 안주하는 것을 불가능
하게 만듭니다.
세상이 쉴 새 없이 변한다는 깨달음이 단지 저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
리가 가지고 있었던 삶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하였듯이
세상이 변하는 만큼 우리도 변합니다. 우리의 삶을 이끌어 나가는 힘은 기억이 아닌 삶
그 자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때로 고정된 기억에 집착한 나머지 지금 우리가 서 있
는 자리가 끊임없이 생동하는 삶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망각합니다. 과거의 어느 한 점에
서 비롯된 '변화' 역시 삶의 길다란 반직선 상의 두 점일 뿐, 서로 별개의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완전히 동일한 현재는 존재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존재해야 할 이유 역시 없습
니다.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살아있음'의 역동성에 대한 깨달음과,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 찰나의 순간 - '현재'의 소중
함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는 더 '제대로'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야밤에 이렇게 길게 써보긴 오랫만이군요. 손좀 보려다 그냥 올립니다. 부끄럽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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