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엄마 손을 꼬옥 잡고 길을 걷다 엄마 손을
놓쳐버렸어요. 주위엔 온통 키가 큰 어른들뿐이라 엄마가
보이지도 않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서 혼자 엉엉거리며
울고 있었는데 어떤 예쁜 언니가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었어요.
"예쁜 꼬마야, 무슨 일이니? 왜 울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예쁜 언니는 씨익 웃었어요.
"엄마가 없어졌어요. 엄마가 나 버리고 간 거 아니죠?
그런거 아니죠?" 난 착한 아이라 예쁜 언니한테 예의바르게
대답을 하였어요. 그러자 예쁜 언니가 말했어요.
"엄마가 널 왜 버리셨겠어. 언니랑 같이 가자. 가서 방송을
하면 엄마가 듣고 오실거야."
그래서 예쁜 언니 손을 꼬옥 잡고 졸졸 따라갔어요.
예쁜 언니는 내가 착하다며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계속 걸었어요. 근데 언니 얼굴에서 뭔가 자꾸 반짝이길래
예쁜 언니한테 물었어요.
"언니 울어요? 언니도 엄마 잃어버렸어요?"
예쁜 언니는 아니라고 말했어요. 근데 언니가 왜 우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져서 왜 우냐고 다시 물었어요. 언니는
대답대신 씨익 웃기만했는데 나는 너무너무 알고파서
자꾸 가르쳐달라 졸라댔어요. 난 착한 아이지만 예쁜 언니가
우는건 싫었거든요. 누가 언니를 울렸는지 알면 가서 때려주려고
물어봤던거에요. 정말이에요. 정말이라니까요 !
내가 자꾸자꾸 졸라대니까 언니가 말을 했어요.
"길을 걷다가 넘어졌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야.
처음엔 그냥 넘어진게 웃겼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눈물이 나는거 있지. 걸어가는데 무릎도 계속 아프고해서
잠시 쉬려고 서 있었는데 어떤 귀여운 꼬마가 눈에 띄는거야.
그래서 얼른 가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손을 잡았지."
"그럼 이제 울지 말아야죠. 왜 계속 울어요? 언니는 어른
아니구나?"
"응, 언니는 어른이 아니야. 매일 넘어지고 매일 울어.
언니는 몸이 너무 약해서 옆에서 누가 살짝만 밀어도
넘어지고 혼자 걸을 때에도 어딘가 걸려서 잘 넘어져.
그리고 넘어지면 매일 울어. 넌 착하니까 그러면 안돼.
알았지?" 예쁜 언니는 웃으면서 말했어요. 웃는 얼굴이
참 예뻤는데 눈에서 눈물이 쉼없이 눈물이 흘렀어요.
그래서 예쁜 언니를 꼬옥 안아줄 수 밖에 없었어요.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언니가 너무 예뻐서 안아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예쁜 언니는 계속 울었어요. 왠지 나도
슬퍼져서 큰 소리로 울었어요. 한참을 그렇게 울다 주위를
둘러보니 예쁜 언니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 쪽에서
엄마가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어요. 엄마를 보니 너무나
반가워서 뛰어가다가 넘어졌어요. 아팠는데 울지 않았어요.
아마 너무 울어서 눈물이 안났나봐요. 근데 계속 슬펐어요.
하나도 안아픈데 슬펐어요. 엄마한테 눈깔사탕을 사달라고
졸랐어요. 두 개를 사서 예쁜 언니를 다시 만나면 하나
주면서 '언니, 울지마.'라고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거든요. 나도 어른이 다 됐나봐요. 헤헤.
예쁜 언니가 이제 안 넘어졌으면 좋겠어요. 울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예쁜 언니를 다시 만났을 때 예쁜 언니가
울고 있으면 이제 내가 언니라고 말해줄거에요.
난 이제 넘어져도 안 울거든요.
오늘 일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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