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과 무관심의 문제는 아주아주 다르지.
우리는 흔히 '애써' 외면한다고 말하잖아.
외면이란건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의식'에서 출발하는거라고.
하지만 외면이든 무관심이든 그것은
결과적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점에서 같아.
흔히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결과만큼 눈에 분명히 보이는 것이 어딨겠어
말이 이상한가? 뭐, 대충 넘어가자고.
지금은 매우매우 가볍게 얘기하고 있는 중이니까 말이야.
중요한 건 둘 다 대상을 인식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이야.
자자, 이번엔 몰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고.
외면이나 무관심과는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지.
나란 인간은 말이지 몰입이란 걸 못 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몰입이란 걸 해본건
13살 때에 어떤 여자애에 대해서야.
그것마저도 점점 무뎌지게 되어서 이제 나는
세상만사에 몰입이란 걸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말씀이지.
몰입이란 건 말야, 다른 걸 포기한다는 걸 의미해.
다른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인식을 못하는거지.
결국 외면이나 무관심 그리고 몰입이란 건 일종의 인식의 상실을 의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식을 통한 정보의 흡입과 그 이용을 통해
돌아가는데 나는 그러한 인식을 포기하지를 못 해.
그래서 어중간하게 그 중간에 있는 것이지.
달리 말하면 어느 것 하나 딱히 바보스러운 점도 없지만
딱히 대단할 것은 더더욱 없다 이 말씀이지.
그러한 다양한 것들에 대한 인식의 과정은 나의 목표와도 마냥
무관하지는 않아. 이상적 공동체의 건설이란 말이지.
상당히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해.
하나하나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하면
하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단 말야.
그래서 결국 총체적 정보의 흡입과 총체적인 고찰이 필요한거야.
모든 일에 대한 적당한 인식과 고찰은 결국 나란 인간을
모든 일에 중간자로 남겨두게 되는 것이지.
그건 이상향에 대한 나의 태도와도 결부 돼.
나는 나를 포기하고 진정한 이상향을 만드는 문제와
나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문제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 것이지.
물론 이상향 건설의 내 인생의 전부가 된다면 그것은 금상첨화겠지만
인간의 이기심이란 그런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아.
가끔 존경스러운 인간들이 존재하지만 나란 인간은 그렇게
심지 굳고 훌륭한 인간은 못 된다는 건 누구나 알잖아?
마침내 나는 그 중간에 남아서 끝 없이 맴돌게 되는거야.
결국 말이지, 인식이란 문제는 결국 나란 인간의 한계에서 출발하는거야.
어떠한 문제에 대한 '인식의 포기'의 문제에 있어
나란 인간은 무조건적으로 패하게 되어있어.
패배주의가 안 좋다는건 알지만 나의 정체성은 상당히 굳어져 버렸으니
거기에 대해서는 더 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무튼 나는 모든 것을 인식하려고 발버둥 칠거고
인식과 인식의 포기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게 될거야.
주변에 대한 인식의 포기에서 출발해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의 포기에 다다르게 될 때
그 때 나는 내가 원하는 그런 인간이 될거야.
그건 진정한 자유지.
서양철학이나 고매한 유학 따위가 다다를 수 없는 고매한 경지야.
하지만 그런것 까지는 기대하지 않아.
결국 나는 모든 것에 대한 인식의 포기, 그리고 균형을 위해서
어떠한 것에 대하여 몰입해야한다는 결론만이 남아.
애초에 이런 의도로 이 글을 쓴 건 아니었는데 말이지,
어때, 내가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하는 이유로서 충분하지 않아?
* 현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4-09-17 0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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