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불공평하다. 만약 있다면 말이지만.
행복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을 꿈꾸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또 누구에게는 그저 사치스러운 단어로 들릴 뿐이다.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에 공허함 밖에 느낄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고
푸르른 나뭇잎 하나하나에 지나간 시간을 담아 슬퍼할 수 밖에 없는 사람도 있고
매일매일 인간이 가진 망각의 능력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신은 불공평하다.
인간에게 욕망과 의지를 주고는
어떤 이에게는 그것을 가만히 있어도 이룰 수 있도록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쉼없이 버텨내고 나아가도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도록 하고
가끔은 그 모든 것을 이루고도 행복할 수 없는 인간들마저 세상에 놓아두었다.
그 삶 안에서 우리는 단지 한순간 행복할 수 있고,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거나 믿을 수 있고, 그리고는 다시 침잠한다.
꼬옥 잡은 손을 통해 전해져오는 체온과 그 체온이 주는 용기와 믿음은
손을 놓는 순간 우리에게서 멀어져간다. 푸른 숲 속의 산뜻한 공기와
온몸을 감싸는 바람은 그 숲을 벗어나 다시 거대한 인공물의 늪으로
향하는 순간 이미 행복의 징표가 아닌 헛된 꿈이자 고문의 장으로 변한다.
어쩌면 더 아름다운 것일수록 더 소중한 것일수록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 주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신은 불공평하다.
그렇게 하나하나의 영혼이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하는 순간에도,
그리하여 고독하게 길을 걸으며 왜 눈물이 쏟아지는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순간에도 그를 스쳐가는 사람들 사이사이에 웃음과 행복의 거짓된
이미지를 심어둠으로써 우리가 아닌 모두는 행복하다고, 사실은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그리고 아주 가끔 나, 당신,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소박한 행복을
맛보게 해줌으로써 모든 것이 진실인 양, 사실은 영원이란 것이
존재하는 양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믿고 바라는 것은 언제나 우리가
존재하기 이전에 흩뿌려져 사라져버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믿게 만든다.
신은 불공평하다.
우리의 손이, 우리의 영혼이, 우리의 순간마저도 차갑게 식어버린 그 순간
타인의 웃음소리가 더 크게 들리게 하고 그 웃음소리는 언제나
타인의 것인듯 - 우리에게만은 너무도 짧게 주어진 것인듯 생각하게
만든다. 스쳐지나가는 타인이 남긴 온기에 불현듯 발멈춰 외로움에
얼어붙게 만든다.
신은 불공평하다.
우리에게 행복은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만은 행복이란 것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너를 사랑한다.
차갑게 식어가는 대지 위에서 외로워하는 것이 나 혼자가 아니라고
믿게 만들어주는 너의 지친 마음에 느끼는 비겁한 동질감 때문일지라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행복해질 수 없는 스산한 거리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내가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는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뿐이기에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지 못해 허덕이는 순간에도
네가 너의 삶과 욕망과 의지를 굳게 믿고 이 세상에 버티어주기에
나 또한 의심의 마음을 밀어젖히고 여전히 서 있는 것이기에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신은 불공평하지만 그가 불공평했던만큼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리하여, 나는 살아간다.
나는 너를 살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 Giverny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12-31 0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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