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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범위

영양가 없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의 빈민과 아프리카의 사람들 중 누구를 먼저 구해야 하냐고.

그럴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가족을 먼저 구해야 하지 않겠냐고.
우리나라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또 영양가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하루하루의 생존이 걸린 것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지는 않지 않냐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스스로가 던진 질문에 아직 답을 할 수 없다.
무엇이 우선인지 누가 우선인지 모른다.

언제나 생각해왔다.
언젠가 어머니와 동생을 앞에두고 말한 적이 있다.
내 가족이 잘못을 저질렀으면 나는 그 사람 편을 드는 대신
진실과 정의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싶다고.
극단적으로 내 가족이 살인을 한다면 나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정말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아마 내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가족의 이해를 바라게 되겠지.
내 가족만은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겠지.
그러면서 나는 결코 이해해 주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나는 머리로는 냉정한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며 그렇게 될 수도 없음을 안다.

가족 - 지역 - 국가 - 지구...혹은
인간 - 생명 - 모든 것...
우리는 범위를 정한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고 아껴야 할 것들의 범위를 정한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가족을 생각하고 그리고 나라를 걱정한다.

그러나 이 지구를, 이 땅 위의 모든 생명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나무젓가락 따위를 쓰거나
한여름에 에어컨을 켜고 긴팔 옷을 입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 연금이 고갈되고 노동력이 부족해진다는 이유로 인구 증가를
외치며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을 부추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소박한 즐거움 대신 지금 이 순간도 굶주리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보듬어야 할 것이다.

더 크게 품고 싶다. 더 크게 바라보고 더 크게 사랑하고 싶다.
내게 결코 오지 않은 그 소박한 사랑의 마음 대신
세상 모든 사람, 아니 세상 모든 생명을 품을 수 있는
큰 사랑으로 살아가고 싶다.
내 가족, 내 나라 대신 모든 사람들을 위한 마음을 갖고
인간이란 이기적인 습성의 동물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의 편에 서고 싶다.

그게 옳은 것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야박하게 나는 내 가족 대신 절대적 정의의 편에 서고 싶다고
살아가는 것이 어려운 사람보다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 편에
서고 싶다고 외치는 일은 비겁한 일인지도 모른다.
내 진심이 아닌지도 모른다.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너무나 크게만 생각해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도 그래서 먼 훗날
너무나 많이 후회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내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내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내미는 손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말게 될지도 모른다.

엄마 곁에서 걸으며 장사가 안 되는 작은 가게를 볼 때마다
걱정스런 눈으로 눈물을 흘리던 어린 아이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치스런 고민을 하고 있다.
아무런 결단도 내리지 않은 채 자신은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오랫동안 자신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한 채
언젠가 자신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오늘도 그 비겁한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이 옳은지 모른다.
내 사랑이 얼만큼의 범위가 되어야 하는지 모른다.
이런 한가한 고민이 내 머리 속에서 맴도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 굶주리고 누군가 고통스러워하고 누군가 죽어가고 있다.
그저 기적만을 바라며, 내가 바라던 것보다 훨씬 소박한
기적만을 바라며....


Hussein

I told my grandmother how you heelpd. She said, "bake them a cake!"

간단한 답글을 삭제합니다. 20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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