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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12/2009071201306.html
[편집자에게] '나쁜 아빠'의 북핵 전용(轉用)
김상태 한경대 개도국기술협력연구소장
기사 100자평(0) 입력 : 2009.07.12 21:40
▲ 김상태 한경대 개도국기술협력연구소장 최근 우리의 대북 지원이 북한의 핵무장으로 전용되었는지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개발도상국에 제공된 원조의 용도변경 문제는 국제원조 사회에서 오래된 논쟁거리다.
세계은행은 1998년 발행한 '원조평가'란 보고서에서 원조자금의 전용 사례가 적지 않음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가령 가난한 마을의 초등학생 대부분이 하루에 두 끼밖에 먹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이며, 그 영향으로 성적도 나빠 외국 원조단체가 이 아이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제공키로 했다. 잘 짜인 식단의 도시락이 학생들에게 꼬박꼬박 제공됐다. 1년이 지난 후 학생들의 영양 상태와 성적을 조사했더니 달라진 게 없었다. 영양 상태는 여전히 부실하고 성적도 나빴다. 그 원인이 바로 학생들의 '나쁜 아버지'(bad father) 때문이라는 것을 원조단체가 알게 됐다.
나쁜 아버지는 학교에서 무료 도시락이 제공되는 사실을 알고는 "우리 애는 하루 두 끼면 충분해!" 하면서 집에서 주던 한 끼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주던 하루 두 끼 비용에서 한 끼를 남겨, 나쁜 아버지가 노름하는 데 사용했다면, 결국 원조자금은 '점심도시락 비용에서 노름 비용으로' 전용된 것이다. 원조단체가 나쁜 아버지의 노름 비용을 조달해 준 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돈이 생겨 노름에 빠진 나쁜 아버지는 노름 자금이 부족해지자 나머지 한 끼 비용마저 줄여 노름에 쏟으니 자녀들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나쁜 정부'(bad government)에 대한 원조도 마찬가지다. 보건 분야에 1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한 어느 나라에, 우리가 1000만달러의 보건비를 지원한다면 그 분야 예산이 1000만달러 늘어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보건 분야에 1억달러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나쁜 정부가, 우리가 지원한 1000만달러를 무기 구입에 전용했다. 우리의 지원은 현물로 이뤄지므로 이미 편성돼 있던 보건 분야 예산을 활용해 무기를 구입하면 우리의 원조가 무기 구입비로 용도가 대체돼 그 나라 보건 분야 예산은 여전히 1억달러에 불과하다. 무기 구입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나쁜 정부가 추가로 예산을 전용하면 오히려 보건 분야는 더 악화된다.
따라서 우리가 지원한 물품이 전달되었다고 해서 그것의 지원 효과를 우리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제원조 사회는 이러한 원조의 전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받는 쪽에 의무사항을 부과하는 조건부 원조를 하고 있다.
대북 지원이 북한 핵무장으로 전용되었는가의 문제는 북한 정부가 나쁜 정부인가 혹은 좋은 정부인가에 달려 있다. 현명한 독자는 벌써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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