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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rny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두렵고 또 아름답다

가끔 살아있다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이 두려워진다.
나는 스물여섯이나 먹으면서 삶과 세상에 꽤나 익숙해졌다고
믿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또 불안하고 두렵고 떨린다.

공군장교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불안해한다.
갑자기 끼어들거나 심술을 부리며 길을 가로막는 차들을 보면서,
여자친구가 분실한 핸드폰을 습득하고 재수없는 말투로 앵앵거리며
끊임없이 사람을 떠보며 돈을 요구하는 미친놈을 보면서,
청소년의 사창가 출입을 보고 신고한 후에 포주로부터 협박 전화를
받았다는 어떤 사람 이야기를 듣고는,
아프가니스탄까지 꾸역꾸역 가서 온나라를 난리통을 만들어버린
광신도들을 보면서...
나는 새삼 두려움을 느낀다.

나는 정말 이런 세상에서 살아왔던가.
이런 세상에서 살면서도 그 사실을 몰랐던가,
나는 정말 이런 세상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가.

난생 처음으로 찾아갔던 경찰서, 아수라장 같은 곳에서
핸드폰 분실과 그 습득자의 협박 아닌 협박 같은 것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경찰이 유능하고 친절하기에는,
민중의 지팡이가 되기에는 세상이 너무 정신없다.
이 지옥에서 우리는 같이 아귀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계속 묵묵히 살아가야 하는가.
과연 그렇게 살아갈 수나 있을까.
세상은 대체 어떻게 이렇게나 말도 안 될 수가 있을까...

민주주의, 자유, 평등, 인권...
이런 개념들은 인류의 정신적 진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무지하고 옳은 판단을 할 능력을 결여하고 있기에,
결국은 진실을 모르며 결코 알 수도 없기에 필요한 개념일테지.
진리와 진실 그 자체로 바로 다가갈 수 없는 우리의 한계.
그리하여 존재 이하의 존재들마저 존재로서 인정해주는 체계.

밤새 분노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슬퍼했던
내 앞에는 다음의 글 두 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http://www.slrclub.com/bbs/vx2.php?id=theme_gallery&no=512732

http://www.slrclub.com/bbs/vx2.php?id=user_review&page=1&sn1=&sid1=&divpage=2&sn=off&sid=off&ss=on&sc=off&keyword=d2hs&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4640

세상은 때때로 이렇게나 아름답고 슬프고 공허하다.
소란스런 경찰서의 풍경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나를 짓누르던 터무니없는 모든 것들이 환상이었던 것만 같다.
눈물이 난다.

아주 오래 전에 쓰려고 했던 글감이 다시 생각이 났다.
이번에는 정말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쓸 수 있을까. 그리고 살아갈 수 있을까.
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두렵고 또 아름답다, 이 세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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