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실망한 시리즈의 완결.
1년이나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것은 안 되는 거였다.
시리즈 중 가장 완성도 있는 것은 역시 1편.
지루하다는 평이 많지만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지루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기대치가 너무들 높았던 것일까.
나는 3편에 대한 평이 시리즈 전작들보다 좋지 못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추측한다.
1편의 성공은 일단 죠니 뎁의 환상적인 연기 덕이라고 생각된다.
거의 죠니 뎁의 원맨쇼, 아니 죠니 뎁이 연기한 잭 스패로우라는
유머러스하고 선악 구분이 모호하며 정신없는 인물의 매력은
1편을 가득 채우고 있고 결과적으로 올랜도 블룸이 연기한
윌 터너나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엘리자베스 스완은
조연에 가까웠다. 그리고 꽤나 환상적인 동시에 논리정연했던
전개 또한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2편과 3편은 연작으로 만들어지며 지나치게 규모가 커졌다.
결과적으로 잭 스패로우라는 최고의 주인공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나머지 두 조연은
주연급으로 격상되었다.
1편의 두 조연이 2편에서 주인공급으로 격상되는 와중에도
2편은 그럭저럭 괜찮은 작품이었다. 2편의 불편한 논리적 전개는
완결인 3편에서 보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고
잭 스패로우는 거의 1편만큼이나 매력적이었으며 나머지 두 사람의
비중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3편에서는 2편의 난해한 줄거리가 그다지 설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복잡한 전개가 계속 이어졌고
완전히 볼거리 중심으로 변해버렸다. 터무니 없이 많아진 액션신은
캐리비안의 해적 팬들이 기대하던 그런 것이 절대 아니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매력은 블록버스터이면서도 그 안을 꽉 채웠던
아기자기함이었으나 1편에서 2편으로, 2편에서 3편으로 이어지며
이 영화는 그저 꽝꽝 울리는 평범한 블록버스터로 변해버렸다.
칼립소를 이용한 허무개그(왜 나온거냐 대체)
, 죠니 뎁은 살아오는데 스완의 아버지는
살려낼 수 없는 기묘한 전개, 2편 마지막에서 크라켄의 입 속으로
들어갔던 죠니 뎁이 그냥 죽었을 뿐이라는 사실, 2편의 최고 악당
크라켄이 3편에서 시체만 등장한다는 사실은 과연 2편과 3편이
연결되기는 하는 것인지, 줄거리에 논리적 타당성은 얼마나
고려된 것인지 의심토록 한다.
잭 스패로우의 아버지나 칼립소는 훨씬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될 수
있었으며, 잭 스패로우와 엘리자베스 스완의 미묘한 심리 또한
훨씬 효과적으로 재미를 더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3편에 이르면서
터너와 스완의 로맨스가 작품의 중심처럼 되어버렸고 죠니 뎁은
가끔씩 나와서 광대 짓이나 써커스를 하는 데 그쳐버렸다.
정리해보자면 3편의 (2편에서도 위험요소는 충분했지만) 문제 요소는
잭 스패로우의 영화를 억지로 3인의 주인공 영화로 만들어
관객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것과
그 과정에서 줄거리를 지나치게 방대하게 하여 비논리적으로 전개가
이루어지게 했던 데 있다. 초지루한 5분여 간의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보너스랍시고 나오는 마지막 장면 또한 허무하기 그지 없는데
이 장면을 그 지루한 엔딩 크레딧 뒤에 넣은 것만 봐도 제작진이
관객이 바라던 점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죠니 뎁은 4편이 찍고 싶다 하고, 감독인 고어 버번스키는 3편으로
끝이라 말하던데 개인적으로 4편을 고대하지만 고어 버번스키는 절대로
다시 이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지 않았으면 한다.
매력으로 충만한 채 시작했던 시리즈를 평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만든, 죠니 뎁의 환상적인 잭 스패로우 연기를 (사실 나는 죠니 뎁을
미친듯이 좋아하긴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잭 스패로우 연기를
좋아하는 것 뿐인지도 모른다) 광대짓으로 만든 고어 버번스키가
2,3편을 감독했다는 것은 확실히 재앙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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