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르 카레 作
존 르 카레의 작품이기에 주저없이 읽은 작품.
재밌다. 조금 길다.
존 르 카레는 주로 스파이 소설을 쓰는 작가이고,
그가 즐겨쓰는 주제는 '이중스파이'이다.
이 작품 역시 이중스파이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이중스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조지 스마일리라는 영국 정보부 예비역이
조직의 반역자(이중스파이)를 찾아내는 것이 주 이야기이다.
정신없이 머리를 굴려야하는(그리고 이내 반쯤 포기한 채 읽어나가는)
그런 작품이고, 그런 점이 재미라 할 수 있으나
존 르 카레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단순히 재미만을 제공하는 작가가 아니다.
물론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같은 반전이나 찡한 울림이
없는 점은 아쉬우지만 이 작품의 미덕은 조지 스마일리의 성격에 있다.
그는 빌 헤이든 같이 멋지지도 않고(스마일리의 아내와 놀아난다-_-)
짐 프리도처럼 카리스마있지도 않은, 다소 통통하고 키가 작은
평범한 인물이다.
그러나 이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조직 내의 이중스파이를 색출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음에도,
사랑하는 아내 (그러나 다시 또 다른 남자와 도망간 아내)를 생각하고
아주 담담히 자료를 모아간다.
그는 고민하지만 망설이지는 않는다.
길럼 역시 자신의 여자 때문에 고민하지만, 그는 그저 스마일리의
계책을 따라가는 'young boy'일 뿐이다.
빌 헤이든은 old boy 이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짐 프리도 역시 그렇다. 자신이 있어야할 곳에 있고,
책임져야할 과거에 대해 책임진다. 그리고 돌아온다.
그렇지만 진정한 old boy는 조지 스마일리 뿐이다.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지만 끝까지 담담하게 나아간다.
잃어버린 아내에게 가는 길도, 이중스파이를 찾기 위해 숨가쁘게
움직이는 그 시간에도 그는 담담하다. 그런 그 안에는 여전히
불안과 꿈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지만,
그런 그는 별 대단할 바 없는 인물이지만
그는 어쨌거나 담담하게 돌아보고, 담담하게 나아간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렇게 어른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신이란 무언가 선택한다는 것.
배신 당하는 사람은 상대가 왜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선택했는지 알고 싶어한다.
누가 배신을 했는지, 어째서인지, 담담히 생각하고 따라갈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의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 선택에 대해 우리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할 것은 복수가 아니라 다른 무엇임을 말해주는 소설.
평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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