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슐러 르귄의 헤인 시리즈 제 2권.
유유히 읽히는 느낌은 그대로지만 재미는 조금 떨어진다.
시리즈 제 1권 '로캐넌의 세계'가 다소 판타지의 느낌을 풍기는데
반해(어슐러 르귄은 SF 작가이나 판타지 작가이니까...)
'유배 행성'은 서사시의 느낌을 풍긴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1권과 2권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다-_-;
제목이 유배 행성인 까닭은 1권에서 오버로드로 불렸던
존재의 후예들이 어느 행성의 주민들을 개화시키기 위해
일시 정착했는데 모행성으로부터 소식이 끊겨 마치 유배된 것 마냥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에 의해 행성 원주민들 이상의 과학 수준을 가질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자연적으로 원래의 기술마저 대부분 잊은 채 원시화 되어 간다.
그 와중에 그들과 원주민은 서로를 깔보고 아무런 교류도 갖지 않는다.
12년 동안 이어지는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려던 때, 북부의 야만족이
추위를 피해 남하하기 시작하고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두 행성인은 연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연합도 수월하지 않고 많은 희생과 반목이 이어진다.
결국 남은 야만족들도 남하하게 되고 모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작품은 끝이 난다.
사실 책 자체도 길지 않으며 전투나 반목도 구구절절 표현되지 않아
박진감이 넘친다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상적인 느낌이다.
그리고 그 감상적인 느낌이야 말로 작품을 관통하는 동시에
작가가 표현하고 싶었던 바라고 생각된다. 모든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주인공 아가트가 원주민 부족장의 장례에 참석하게 되며 생각하는
바가 이 작품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더이상 유배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유배로부터 벗어나 그 행성의 하나의 주민으로서 자각하기
시작하고 원주민들과 섞여가기 시작하는 그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의도적으로 감상적이고 아련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담담하게
표현하는 작가의 역량...
감상적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꽤나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이어진다.
달리 말해보자면 참 유유히 아름다운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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