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난감한 글이다.
주제를 명확히 잡을 수가 없다.
문제는 뭔가 명확한 주제가 있는 거 같다는 점에 있다.
3막에서 난데없이 등장하는 돈 쥬앙 씨의 이야기는 무척 재밌다.
(물론 뜬금없어 당황스럽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옥에서 귀빈 대접을 받고 있는 돈 쥬앙은 지옥을 지루해한다.
그곳에서는 원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3막 끝에서 돈 쥬앙은 무언가 기대할 수 있고
언제나 더 높은 무언가가 있는 천국을 향해 떠난다.
(천국과 지옥 사이의 이동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이라 한다;)
이 부분의 돈 쥬앙은 Jean Brun 아저씨가 난해한 문장으로
적어놓은 그 돈 쥬앙의 성향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언제나 더 높은 가치를 향하는 것, 그래서 궁극을 향하고자 하는 것,
욕망 그 자체에 대한 욕망. 그것이 돈 쥬앙이다.
(그리고 나는 요즘 이 성향이 나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 있어서
절망하고 있다)
3막은 따로 상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작품 전체로 볼 때는 약간 다른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야기도 난해하다.
제목을 통해 유추하여 이 작품에 대충 주제를 주어보자면
말 그대로 '인간'과 '초인'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주인공 존 태너는 더욱 훌륭한 인간이 되기 위하여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로부터 계속 도망다닌다.
그가 원하는 것은 초월적 인간, 초월적 가치다.
그러나 그는 결국 마지막에서 여인(앤)과 결혼하기로 한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냐는 굉장히 미묘한 문제라 생각되는데
간단하게 정리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결혼은 '초인'이 되려는 의지의 포기이다.
2. 그 의지의 포기는 감각적 존재인 인간으로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다.
3. 그러나 그것은 절망이 아니라 다른 의미에서 희망일 수 있다.
솔직히 3의 이유를 잘 모르겠다.
3번은 단지 어떤 논문을 대충 훑고 따라 말해본 것 뿐이다.
다만 버나드 쇼가 사회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었음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짐작될 뿐.
인간은 초인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초인이 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내 결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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