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기 씨가 생일선물로 준 불쾌한 제목의 책.
이 소설은 여러가지 사랑의 케이스들이 '(가학적) 이상성욕'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정신분석학자의 가상의
논문이다. 앞에서는 서문도 달리고 추천사도 달리는 등등
구성이 매우 흥미롭다.
추천평을 읽다보면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코멘트가
있는데 내 생각에는 전혀 새롭지 않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
작가 혹은 화자의 말을 따르자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언제나 권력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고, 가끔 그 불균형을
이용하여 상대를 억압하고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화자가 그것을 국가 공권력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번역자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것이 거대한 국가에 대한 조롱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내 감상으로는 '번역자님 오버하지마세요'다).
이 책은 아무래도 사랑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을 위한 책 같다.
임상 증례랍시고 등장하는 케이스들은 모두 다 사랑에 상처입고
그것을 견디지 못해 자기 삶을 망가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당사자가 바보 같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대가 정말이지
무책임하고 잔혹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예를 들면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를 매춘 시키는 경우)
대체 어느 지점에서 농담과 진담을 구분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사랑, 애정 관계에서 사람들이 언제나 무책임한 것은 분명하다.
A가 B를 좋아하는 것보다 B가 A를 좋아하는 것이 더 크다면
이 관계에서는 A가 주도권을 잡는 것이고, A가 제멋대로 한다해도
B는 관계의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아낸다.
나의 지난 연애들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_-ㅗ
횡설수설 했지만 읽는 내내 아쉬웠던 점, 계속 머리 속에 맴돌던 점은
매우 흥미로운 구성인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유머감각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점이다. 가상의 논문이기에 약간 딱딱할 필요성도 있지만
웃기려고 의도한 부분 같은데 별로 안 웃겼던 부분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마지막 부분의 반전은 재밌었다.
지독한 불신에 시달리고 있는 나로서는 사랑해서 죽든 말든 관심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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