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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Giverny

Homepage		http://everever.net/utopia

Subject		[감상] 서울 모르텟 합창단 <포레 레퀴엠>

지하철을 거꾸로 타고, 택시 엉뚱한 데서 내리고 호선이랑 엇갈리고

온갖 쇼를 해서 겨우 도착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처음으로 예당

음악당에 있는 '심포니'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무슨 밥이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먹은 건 뭔가 요상한 이름의 음식이었는데 맛이 참 오묘했다.

맛있기는 한데 만약에 이걸 3천원에 내놨으면 별로 맛 없었을 거 같은

이해불가한 마력;;;

어쨌거나 요즘 잠을 통 못잔데다가 낮에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결국 또 졸아버렸다. 변명이 참 구차하지만 아무튼 그랬는데

억지로 눈을 부릅 뜰 때마다 이상한 환영이 보였다.

하필 레퀴엠을 듣던 중이라서 그랬을까...어쨌거나 난생 처음

귀신을 봤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깨는 것이 우선이어서

전혀 놀라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합창이나 연주 모두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약간 과장하면 흔히 말하는 레퍼런스 음반들로 듣던 것에 비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독창자는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고맙게도 '신의 진노'가 나올 때는 확 깰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순간 보니 이미 in paradium으로 넘어간 후였지만...

처음으로 인터미션 때 담배를 피우러 나가지 않고 앉아 있었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오늘 지출이 과했던 고로...

인터미션 후에는 모짜르트의 '성모 마리아의 저녁 기도'가 나왔는데

처음 듣는 곡인데도 왠지 정이 가고 좋았다. 네번째 곡은 모짜르트

레퀴엠과 상당히 유사한 분위기.

오늘 주목한 오케스트라 단원은 팀파니를 치는 외국인 아저씨.

박찬호를 닮았는데 시종 팔짱만 끼고 있다가 아주 가끔 귀찮다는 듯이

살짝 두드려주는 것이 전부...;;;

그리고 베이스 정록기 씨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홍 선생님과

헤어스타일이 상당히 유사해서 더욱 정감 갔다.

사실 오늘 갈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살짝 졸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으니 나름 잘 다녀온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