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씨가 빌려 주셔 읽은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책.
부담없이 술술 읽힌다. 어찌 보면 단조롭고 사실 꽤
단순하고 밋밋하다는 느낌도 있다.
어쩌면 이 책의 매력은 그런 점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광기의 순간을 제외하면 선과 악의 구분이 철저하다.
선과 악의 모호한 구분, 존재론에 기반한 가치판단의 배제가
너무도 당연한 21세기의 글쓰기에서 선과 악의 구분이
이토록 선명히 드러난 것이 오히려 신선하다.
종말부에 치닫기 전까지는 착한 인물들은 그저 착하게,
나쁜 인간들은 그저 나쁘게 그려진다.
그러나 결국 착한 인물들은 악을 대면하는 순간 악이 된다.
그들은 악을 악으로 징벌하고 그 징벌을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었던
것을 후회하고 두려워한다(물론 두려워한다는 것은 과거를 대상으로 하지 않지만).
그렇다면 악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 나라가 실질적 사형제폐지국이 된다는 2008년 하루 앞두고
고민해볼 만한 과제다.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게 무거운 책은 아니지만 생각할 거리는 조금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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