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때 피해자 의견 묻는다…보복범죄 방지
[경향신문 2007-01-01 19:48]
올해부터 살인·강도·강간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 중인 수형자를 가석방할 때 사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물어 가석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함으로써 보복범죄의 위험을 방지하고 가해자와 피해자간 진정한 화해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법무부는 1일 이같은 내용의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2004년 12월 제정된 ‘범죄피해자 보호법’의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다.
◇가석방 결정 피해자의견 반영=올 상반기부터 가석방 결정시 피해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어떤 모범수라도 피해자가 극구 반대하면 가석방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현행 가석방 제도의 경우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수형자의 연령, 죄명, 범죄 동기, 행형성적 등을 토대로 적격 여부를 심사할 뿐 피해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
법무부는 법원에 상소를 제기할 때도 범죄 피해자의 의견을 듣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검사들의 일방적인 항소제기로 재판이 길어지면서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가 가중되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법무부 인권국 구조지원과 김준연 검사는 “현재는 피해자가 사건 당사자임에도 사건처리과정에서 그에 맞는 처우를 받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가석방 결정 참여 외에도 피해자가 사건처리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토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정신청도 확대=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 법원에 처분의 적절성 심리를 요구하는 ‘재정신청’을 모든 사건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기본 계획에 포함됐다. 지금까지는 재정신청의 대상을 직권남용 등 수사기관의 인권침해가 예상되는 범죄로만 제한해왔다.
법무부는 또 자택 등에서 범죄피해를 본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직후나 가해자가 체포되기 전까지 불안에 떠는 정서를 감안해 이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보호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복지부·여성부 등과 일시보호를 위한 여성·아동시설 현황 등을 파악한 뒤 일시 보호시설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정에서의 피해자 권리도 강화된다. 구체적으로는 ▲피해자의 사생활과 인격을 침해할 수 있는 반복신문 및 관련증거채택 제한 ▲피해자가 가족 등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석할 권리보장 ▲비디오 중계방식 등을 통한 신문방식 도입 ▲인격 침해 우려가 있는 피해자진술 보도제한 등 조치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할 때 증인선서와 위증처벌을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법원측의 반대에 부딪쳐 도입을 미뤘다.
〈황인찬기자 hi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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