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에 여럿 당첨되고도 계속 못가서 억울했는데
드디어 가뿐한 마음으로 공짜 공연에 갔다.
초대석이라 뒷자리를 줄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R석(7만원)이 아닌가!
종욱이 대신 같이 가게 된 호선이와 만나서 자리에 앉았다.
아아 이렇게 앞에 앉다니, 감격스럽다.
제1바이올린은 멋지게 생긴 아저씨였다.
은근히 배가 살짝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_-(근데 정말 잘생겼음)
아무튼 정말 잘 생겼는데 젊은 나이에 악장이라니...
세번째에 계신 분은 나이가 많으셨는데 대충 봐도 60은 넘어보이는 연배.
목이 짧고 마르고 다리가 엄청 길었는데 시종 딱딱한 자세로 연주하셨다.
제2바이올린은 재밌어 보이는 분이였는데 연주 중에 눈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는 경우가 잦아 무서웠다. 느슨한 자세 들킨듯해서.
모두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간단한 감상을 적어본다.
A.Vivaldi Concerto in A Major RV 158
유쾌한 곡. 역시 비발디는 안 좋은 곡이 없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비발디 곡은 짧은 게 장점이자 단점.
현악의 울림은 일사분란하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는 느낌.
W.A.Mozart Flute Concerto No.1 in G Major, K.313
플룻 소리를 공연장에서 들어본 것은 지난 번에 무료초청공연에서
단 한 번 있었던 일이었기에 기대가 컸다. 협연자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플룻 솜씨도 상당했다고 생각한다. 소리는 부드러웠고 어색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와의 음색이 전혀 맞지 않아 듣기에 버거웠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자연스레 섞이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오케스트라에 비해 플룻 소리가 너무 작았다. 1악장에서 연신
플룻 음 높이를 조절했고 2악장부터는 그럭저럭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음 높이는 얼추 맞았지만 전반적으로 서로 화합이 안 됐다.
W.A.Mozart Piano Concerto No.12 A Major, K.414
이번에는 피아노 소리와 오케스트라가 잘 맞았다.
그러나 피아노 소리가 너무 컸다 젠장. 그래도 플룻 협주곡보다는
훨씬 잘 맞아들어가는 느낌. 이 곡에서는 오히려 피아노 독주일 때가
듣기 안 좋았다. 호선이 말마따나 약간 기계적이 느낌이 드는 연주였고
특히 연주 중간에 있는 휴지기를 끝내고 다시 건반을 누를 때는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지만 플룻 협주곡보다는
훨씬 좋았고, 오케스트라만 나올 때는 즐거웠으니 패스.
L.Janacek Suite for Strings
야나첵. 역시 19세기 말 이후의 작곡가는 안 되는 건가 싶다.
간간히 미묘하게 불협인 화음 속에서 새로운 멜로디를 발견하고
즐겁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집에서 음반으로
열 번 정도 들으면 프로코피에프처럼 즐길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그런 모험을 할 생각은 별로 없고, 일단은 당장의 연주가 우선.
그저 오케스트라의 음색에 즐거워하는 걸로 만족했다.
다음에 또 야나첵을 들을 일이 있으면 예습해줄 용의가 있다.
앵콜곡 1
앵콜곡은 두 곡이었는데 두 곡 다 제목은 모른다.
유쾌한 곡이었다.
앵콜곡 2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제1,2 바이올린은 활을 아예 놓았고 나머지 바이올리니스트들도
활은 잡았지만 아무튼 모두가 손으로 바이올린 활을 퉁겼는데
음악 자체도 상당히 유쾌했을 뿐 아니라 소리를 잦아들게했다가
다시 크게 하는 부분은 듣기에도 좋고 보기에도 재밌었다.
특히 제1,2바이올린은 연주자 자신들도 유쾌해 보여서 더욱 좋았다.
이렇게 유명한 연주 단체의 연주를 라이브로 들은 것은 처음이다.
생각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지만 아주 즐겁게 감상했다
집에 올 때서야 내가 엄청나게 피곤한 상태임을 깨달았다.
아마 그런 이유와 협연자와의 미묘한 어긋남 때문인 듯 하다.
공짜로 보긴 했지만 7만원을 줬어도 아깝지는 않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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