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소설은 멀리하려 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니
아니 읽을 수가 없더군요...예약 구매하고 며칠 쟁여놨다가 오늘 후딱 봤습니다.
읽기 시작한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이건 백야행이잖아!!'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어둠 속을 걷고 있어' 등의 대사나
미후유가 일하던 부티크의 이름 "화이트 나이트"가 백야행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역자 분의 설명에 의하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결코 속편이 아니라고 했다는 군요.
그렇지만 역시 - 완전히 속편이군요^^
일단 이야기의 구조 자체도 백야행과 거의 같습니다.
두 남녀가 있고 그들은 같이 범죄를 저질러 나갑니다.
백야행처럼 남자는 음지에서, 여자는 한껏 세상의 것들을 누리며 삽니다.
그러나 후반부터 백야행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백야행의 두 주인공이 끝까지 함께였다면 환야의 두 주인공은 갈라집니다.
전자의 두 주인공은 서로 사랑하지만 결코 만나지 않고 또 함께 어둠 속을 걷지만
환야의 두 주인공의 관계는 단지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관계에 불과하며
남자 홀로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이 배신 당했음을 알고 복수를 꿈꾸지요.
이 작품에서는 오직 남자만이 어둠 속을 걷습니다.
그런 까닭 때문인지 남자 주인공 마사야의 심리 묘사가 많이 나옵니다.
그의 밤은 결코 밝지 않습니다. 백야행의 두 주인공처럼 환한 밤을 서로에 의지한 채
걷지 못하고 홀로 밤 가운데에 남겨집니다. 그리고 그 밤의 진실한 모습이 드러났을 때
그는 그것을 환상이라고 말합니다.
백야행과의 차이를 조금 더 살펴보면 백야행의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함께 떠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악행에 어떤 연민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환야의 두 사람은 다릅니다. 그건 美로 표현되는 한 여자의 집념과 삶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고 조종되는 끔찍한 '악', 그 악이 추악함을 감추고 사람들의 눈에는 얼마나
아름답게 드러날 수 있는지 미후유는 보여줍니다. 완전한 美를 위해서는 가장 추악한 악이
뒤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이겠지요. 그 추악한 악의 행위들이
순수한 마사야란 인물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은 씁쓸한 진리 정도 되겠군요.
두 작품의 구조는 정말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집요한 형사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일본의 크고 작은 사회적 이슈들을 적절히 스토리 진행에 이용한 점도 유사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백야행을 쓰면서 쓰지 못했거나 채택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있고
그 아쉬움을 담아 또 다른 밤을 그려낸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재미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도중 자꾸 백야행이 오버랩되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기라 할 수 있는 마지막의 반전....별로 대단한 거 없습니다.
반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거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형사까지 포함한) 세 주인공들의 결말 부분에서는 제 기대에서 상당히 어긋났네요.
여태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에 몽땅 다 A를 매기고 싶은 저입니다만 이 작품은
B+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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